​베트남, 백신여권 찬반도입 논쟁 '경제활성화냐' vs '안정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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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1-04-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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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광업계-보건의료계 시스템 도입두고 상반된 입장 표출

  • 푹 총리, 베트남 백신여권제도 시행방안 지시...“기준 곧 마련할 것”

그린패스(Green Pass)로 불리는 이스라엘의 면역여권.[사진=유튜브 캡처]


베트남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이른바 백신여권을 적용하는 방안을 두고 찬반양론이 거세지고 있다. 당장 찬성하는 쪽은 내수경기 활성화와 투자 유치를 위해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반대하는 쪽은 백신의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도 도입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백신여권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에 한해 증명서를 발급하고 이를 통해 의무격리를 면제하고 자유로운 왕래를 허용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지난 1월 아이슬란드가 세계 최초로 백신여권 제도를 도입했으며, 이스라엘·싱가포르·중국 등이 차례로 도입을 시작했다. 유럽연합(EU)도 올 6월부터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며, 미국·일본·호주·대만 등은 이에 대한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관광·항공업계, "백신여권은 세계적인 추세··· 일부 지역부터 먼저 빗장 열어야"
보건·의료계, "도입은 시기상조··· 백신 검증 여부 확실치 않다"··· 14일 격리도 유지의견

30일 응우옌쑤언푹 총리(가운데)가 코로나19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베트남 정부공보(VGP)]

31일 일간 뚜오이체, VN익스프레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은 백신여권 도입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나타내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도입기조 아래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막대한 손실을 입은 항공·호텔·관광 등 관련업계의 조기 도입 주장이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응우옌후토(Nguyen Huu Tho) 베트남관광협회 회장은 최근 회의에서 "국내 관광산업 회복을 위해 오는 7월부터 국제 관광 시장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현재 국내 여행사의 95%가 운영을 중단했다"며 "관광산업 회복을 위해 해외 시장 개방이 유일한 방법이다. 백신여권은 우선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찌민시 관광협회의 응우옌티칸(Nguyen Thi Khanh) 회장은 “이미 많은 국가에서 백신여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며 “베트남은 백신여권을 인정하는 다른 국가들보다 늦어질수록 베트남을 매력적인 목적지로 홍보하고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은 80% 이상, 국내 관광객도 약 45%가 감소했다. 또 관광산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약 31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적용하기 어렵다면 우선 백신여권제도를 해외관광객이 주로 방문하는 대상에 한정해 발급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부테빈 베트남 관광청 부국장은 “우리는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한 조건도 무르익었다”며 “여행업계는 3분기부터 정부가 일부지역에 해외관광객 입국을 허용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하는 입장은 아직 코로나19가 베트남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어렵게 갖춘 베트남의 방역시스템이 백신제도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주로 보건·의학계 등을 중심으로 백신여권에 대한 신중론이 나타나고 있다.

응우옌비엣눙(Nguyen Viet Nhung) 베트남국립폐병원 소장은 “코로나19를 포함한 모든 질병은 100% 면역을 보장하는 백신이 없다”며 “그 효과에 대한 증거는 많은 예방 접종 이후에만 나타난다. 베트남은 9800만명의 인구 중 불과 1% 미만이 백신 접종을 받았다”고 말했다.

보건부 산하 공중보건비상운영센터의 쩐닥푸(Tran Dac Phu) 수석 고문은 “백신과 사람에 따라 보호 효과가 달라 예방 접종을 받은 사람이 항체가 얼마나 오래 존재할지 알 수 없다. 특히 바이러스의 변종이 계속 발견되면 코로나19 백신이 더 이상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신 접종 증명서 위·변조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의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건관계자는 현지매체에 “세계 각국의 다양한 증명서를 감별해낼 수 있는 시스템이 베트남에는 아직 없다”며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하고 백신여권을 소지한 일부 외국인을 대상으로 먼저 시험 도입을 고려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백신여권이 도입되더라도 14일 격리는 그대로 이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베트남인은 백신여권을 보유해도 의무적으로 14일 격리를 이행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외국인도 백신여권으로 입국을 허용해도 격리는 그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베트남 정부는 백신여권의 네 가지 분야(개방을 위한 적절한 국가·지역 선택, 관광의 편리성, 인프라 충족성, 방역조치 준수기준)에 대한 영향평가를 거쳐 제도시행 시기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최근 정부회의를 통해 관광·항공산업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백신여권 시행계획 마련을 각 부처에 지시하면서도 “백신여권 소지자에 대한 정책을 위해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코로나19에 대한 적절한 예방조치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현지언론들은 의료계의 신중론을 전달하면서도 백신여권제도 도입 자체에 대해서는 큰 이견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일간 뚜오이체는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백신여권 제도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매체 VN익스프레스는 “시스템은 QR코드(격자무늬의 2차원 코드) 증명과 같은 방법으로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면서도 조기 도입과 신중론 사이에서 정부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도입시기를 적절히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 26일, 베트남 질병통제위원회 위원장인 부득담(Vu Duc Dam) 부총리가 베트남에서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2상 실험에 참여하기 위해 접종을 받고 있다.[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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