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태부터였다. LH 사장을 지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태 수습에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 과감하게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변 장관이 사의를 표하고 문 대통령이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사실상 경질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9일 ‘내로남불’ 논란을 야기한 김상조 전 정책실장도 전날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정리했다. 전셋값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이른바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 전셋값을 14.1% 올렸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경제수석 등 다시 생긴 공백도 다음 날인 30일 바로 채웠다.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에 안일환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발탁했다. 기재부 제1차관에는 이억원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기재부 제2차관에는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을 각각 임명했다.
31일에는 반부패비서관에 검찰 출신의 김기표 법무법인(유한) 현진 대표 변호사를 내정하는 등 비서관 3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경제정책비서관에는 이형일 기획재정부 차관보, 디지털혁신비서관에는 김정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을 각각 임명했다. 불과 3일 만에 속전속결로 인사를 잇따라 단행한 것이다.
또 하나 눈여겨 볼 대목은 최근 청와대와 정부 부처 고위직 인사에서 기재부 출신 인사들의 대거 기용이다.
김 전 실장 교체로 촉발된 청와대 경제라인 인선이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졌다. 현 정부 들어 정책실장에 관료 출신이 기용된 것도 처음이다. 이호승 정책실장은 기재부 1차관을 지냈고, 안일환 경제수석도 기재부 2차관을 역임했다. 두 사람은 행정고시 32회 동기다.
불과 얼마 전까지 자영업자 손실보상 제도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규모 등을 두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기재부 간 갈등이 극을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진 경제정책 라인은 현 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역대 최장수 기록을 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홍 부총리의 후임마저 기재부 관료가 등용된다면 전 정부를 통틀어 전례가 없는 ‘라인업’이 갖춰지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부 참모진은 각종 논란에도 유임되는 경우도 있다.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대표적인 예다. 이른바 ‘친(親) 조국’ 라인으로 꼽히는 이 비서관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에 연루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청와대에 입성,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 일을 했다.
이 비서관은 최근 청와대를 떠난 신현수 전 민정수석을 ‘패싱’하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검찰 인사 문제를 협의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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