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착된 상태인 북·미 관계에서 '중국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오는 3일 중국에서 진행되는 '한·중 회담'에서 정부는 '북·중 밀월'을 돌파구로 삼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올 전략을 세우고 있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고 미국 정부도 북한 고위급과 만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대화의 통로가 막혀버리면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일 오후 한·중 정상회담 참석차 중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해선)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공항에서 정부 전용기를 타고 중국 푸젠성 샤먼으로 출국한다. 오는 3일에는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회담을 진행한다.
◆'북·중 회담' 여부 긴밀 논의 예정...북·미 관계 개선 지렛대?
이번 회담에선 △한중 관계 회복 △북한 도발 대응 △미중 갈등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회담 후 공동성명은 따로 내지 않기로 했지만, '북·중 회담' 가능성 여부가 긴밀히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됐던 2018년 6월에도 북·미 회담 진행에 앞서 3월과 5월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진 전례가 있다. 최근 북한의 도발 수위도 강도를 더하고 있고, 미국도 북한문제에 있어서는 중국과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정 장관은 "한·중 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논의가 상당히 잘 진행되고 있다"며 "마침 내년(2022년)이 한중 수교 30주년"이라며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선) 양국 간의 실질협력 확대 방안 등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8일 한국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의 ‘2+2회담’에서도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 여부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북한 비핵화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협력할 부분이 있다"고 밝히며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도 '중국 역할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크다. 또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달 29일자 '바이든은 중국을 통해 북한에 맞서야 한다'는 워싱턴 이그재미너 기고문을 통해 "중국이 북한을 만들고 지탱한다"면서 "미국과 일본은 그들 노력의 진정한 목표가 북한이 아닌 중국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중국이 북한에 막대한 군사적 지원을 제공했고, 현재도 대규모 보조금과 인도적 지원을 유지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전략적 밀착 강화하는 북·중...협상테이블로 나올까
다만, 관건은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올 수 있을지 여부다. 또한, 중국이 향후 북한을 '반미(反美)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오히려 북·미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북한 역시 미국의 대북정책이 강경론으로 귀착될 경우 미·중 갈등을 지렛대 삼아 미국에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
북한과 중국은 최근 '전략적 밀착' 관계를 재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코로나19 사태로 약 1년간 강화했던 국경 봉쇄를 다음 달 완화해 중국과 교역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미·중 대립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북·중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북한과 거래를 해 온 한 중국인 사업가는 "북한이 4월을 목표로 중국과 교역을 재개할 예정으로 들었다"며 해당 정보를 기반으로 거래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실제 북·중 양측은 최근 신의주와 단둥을 비롯한 국경지역의 세관에 검역(소독)과 통관을 위한 장비를 설치하거나 점검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북한 국영항공사인 고려항공의 중국행 운항계획도 지난 1일 개시했다. 이날에도 자사 홈페이지에 중국 베이징으로 가는 항공기 운항 계획을 게시했다. 실제 운항은 없었지만, 운항 재개를 위한 준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도 "북한이 북·중 국경 봉쇄를 완화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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