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에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금 들썩일 전망이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부동산 핵심 공약으로 내건 만큼 서울 집값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의 사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7일 업계에서는 야권 서울시장을 기대했던 한강변 재건축 단지들이 단기적으로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이미 압구정을 중심으로 신고가가 이뤄지는 점을 보면 재건축 시장이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당선자의 공약이 정비사업 규제 완화, 공급확대에 맞춰져 있어 정비사업 추진·가능 단지들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이 흐름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거 기대감으로 한강변 재건축은 이미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245.2㎡는 지난 5일 80억원에 거래되며 3.3㎡(1평)당 매매가가 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65억원에 거래된 데서 무려 15억원(23.1%)이 뛴 셈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이번 결과는 재건축 시장에는 상승요인"이라면서 "대출·세금 규제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가격 하락 요인은 없다"고 말했다. 새 서울시장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규제 완화가 이뤄진다면, 가격 상승은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건축 신청에 나서는 단지들도 봇물 터지듯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과거 뉴타운 열풍 때처럼 구축 단지들이 잇따라 재개발·재건축 신청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북 지역도 집값 상승요인이 가장 큰 지역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오 시장이 '강남구청장'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최대한 강남·북 균형발전에 힘을 쏟는 모습을 보이면서 나온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그동안 오 시장은 강남만을 대변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 이미지를 없애고 싶은 마음에 최근 강북 지역에 거점을 만들겠다는 여러 가지 언급을 했다"고 밝혔다.
과거 오 당선자는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대부분 자치구에서는 패배하고 강남 3구에서 몰표를 받으면서 '턱걸이 당선'을 한 바 있다. 이에 '통합 강남구청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오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서 도시개발 공약으로 '균형발전 서울'을 내세우며 강북 개발을 주창했다. 도봉구 창동차량기지에 돔구장을 만들고, 그 밑에 스타필드 같은 대형 쇼핑공간과 바이오메디컬 단지를 지어 도심(시청 일대)·강남·여의도에 이어 제4 도심이 동북권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송승현 대표는 "강북 개발로 동북권 지역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임재만 교수도 "시장 상황으로 보면 강남은 그냥 둬도 개발이 되겠지만, 강북은 여전히 수익성이 부족한 곳이 많다"면서 "도시계획사업의 일환으로 서울 균형발전을 위해 강북 개발은 꼭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오 당선자의 서울시장 취임이 장기적으로 집값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기 1년짜리 시장인 데다가, 서울시장 자체 직권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서울시장의 권한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 "35층 룰을 풀고 49층으로 원복시키려면 서울시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결국은 여당이 얼마나 협조해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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