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대선'으로 불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승리는 결국 오세훈 국민의힘 당선자에게 돌아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거짓말 심판', '진심의 서울' 등 막판까지 중도층의 도덕성에 호소하는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지만 표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 부산에서도 박형준 국민의힘 당선자가 김영춘 민주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따돌리고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7일 정치권에서는 선거기간 내내 여당이 보여줬던 '네거티브' 전략이 오히려 여당의 참패로 돌아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경쟁 후보자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해 반사 이익을 얻기 위한 선거 전략이다. 여권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투기, 부동산 정책 심판론 등 야권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내놨던 '내곡동, 엘시티'라는 칼날이 정책 검증을 원하는 중도층에게 피로감으로 다가왔고, 구태의연한 선거문화로 받아들여지면서 '샤이 중도'의 외면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민주당 지도부와 박영선 후보 캠프는 선거 초반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에 밀리자 '토건족', '극우 정치인', '이명박근혜 시즌2', '차별의 대명사' 등 오세훈 국민의힘 당선자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당선자에 대해서는 '이명박형준', '돈 욕심이 많고 기억력은 부족한 사람', '공직관이 희박한 사람' 등이라고 비난했다.
선거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은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 '부정성 효과이론'에 따르면, 보통의 사람들은 후보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보다 부정적 메시지를 오래 기억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네거티브 선거는 중도층의 투표율을 낮추는 데도 기여한다. 네거티브 여론전이 과열되면 정치에 관심이 적은 중도층, 무당층, 2030세대 유권자들은 냉소주의가 커져 아예 투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대선 가운데 네거티브 캠페인이 가장 치열했던 제17대 대선(이명박 vs 정동영)은 최종 투표율이 63%로 역대 대선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했다.
때문에 네거티브 전략은 보통 보수층의 무기로 사용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엔 여당이 선거 초반부터 '정권 심판론'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네거티브 캠페인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결과는 '자승자박'으로 끝났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한 여당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일처리,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불만, LH 땅투기 사태 등에 분노한 중도층들이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일관하는 여당을 심판하기 위해 투표장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부산시장을 포함해 전국 21곳에서 진행한 이번 재·보궐 선거 투표율은 55.5%로, 2019년 4·3 재·보궐선거 당시 투표율(48.0%)보다 7.5% 포인트 높았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중도층은 민주당이 주장했던 '오세훈 MB 아바타', '극우 정치인' 프레임에 관심이 없다"며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정책에 대한 뼈저린 반성 없이 마치 과거의 소수 야당인 것처럼 선거기간 내내 네거티브 전략만 구사하면서 거꾸로 유권자들 사이에서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