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뒤집혔다. 불과 1년 전 총선에서 서울 지역 49개 국회의원 지역구 중 41개를 석권했던 더불어민주당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압도적 참패를 당했다. 8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민주당은 서울 25개 구(區) 전역에서 패배했다. 424개 행정동 가운데 겨우 5개 동에서만 우세를 보였다. 오세훈 57.5%, 박영선 39.18%, 문재인 정부에 내린 국민의 심판이다.
당장 내년 3월 9일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은 국민의힘의 지지 기반인 영남보다 인구수가 적다.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수도권에서 우위를 보여왔는데, 이를 바탕으로 열세를 만회하고 부산·울산·경남(PK) 출신 후보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국민의힘 텃밭을 무너뜨렸다.
PK 후보론은 민주당의 필승 공식으로 여겨졌다. 민주당이 배출한 3명의 대통령 가운데 2명(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PK 출신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주자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을 때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김경수 경남지사를 호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서울의 표심이 크게 이탈했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지금처럼 패배한다면 사실상 대선에서 승리하기란 불가능하다. 2017년 대선에서 서울은 문재인 대통령이 42.34%의 표를 얻어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20.78%),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2.72%)에 크게 앞섰다.
21대 총선 비례대표 득표율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범여권(더불어시민당·정의당·열린민주당) 득표율의 합은 48.81%였고, 범야권(미래한국당·국민의당) 득표율의 합은 41.36%였다. 범여권의 우세가 뚜렷했던 셈이다.
이번 보선에서 민주당은 완전히 무너졌다. 박영선 후보의 25개 구별 득표율을 지난 총선 비례대표 득표율과 비교해 보니, 은평구(54.49%→44.85%), 관악구(53.22%→44.44%), 강북구(53.09%→45.17%), 금천구(52.02%→44.82%), 성북구(51.98%→42.79%) 등 민주당의 서울 승리를 지탱했던 전통적 텃밭의 지지층 이탈이 뚜렷했다.
서울 25개 구 전체에서 민주당 득표율은 약 10% 포인트 감소했고, 국민의힘 득표율은 15% 포인트 정도 올랐다. 사실상 서울의 중도층이 모두 민주당에 등을 돌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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