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 비극, 지난해에만 57건···범행 동기는 "왜 안 만나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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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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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세모녀 살해 피의자 김태현.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서울경찰청]

최근 ‘노원 세 모녀 살해’ 사건처럼 여성 대상 살인사건 피해가 주변인까지 번진 사례가 5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범행 동기는 “왜 안 만나줘”였다.

8일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20년 분노의 게이지: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여성살해 사건 285건 중 피해자 주변인도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가 57명에 달했다.

주변인은 주로 자녀와 부모 등 가족과 전‧현 파트너, 친구 등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특히 주변인 중에서도 피해 여성의 자녀에 대한 피해가 월등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주변인 피해 사례 중에는 피해자와 그 자녀들을 가해자가 모두 살해한 후 가해자 본인 역시 자살 혹은 자살 시도를 한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주요 범행 동기는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거나 가해자의 재결함 및 만남 요구를 거부해서’가 23.3%(53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홧김에 싸우다가 우발적’이 22.8%(52명),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을 문제 삼아’가 14.9%(34명), ‘자신을 무시해서’ 3.9%(9명), ‘성관계를 거부해서’ 2.6%(6명) 등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실제 검색 포털창에 ‘왜 안 만나줘’를 검색해보면 자신과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여성에게 해를 가한 수많은 사건을 접할 수 있다. 언뜻 보면 각기 다른 이유인 듯 보이지만, 크게 보면 결국 모두 ‘자기 뜻대로 따라주지 않아서’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와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원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의 경우 범행 현장에서 자해하고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씨는 큰딸 A씨에 대해 끈질기게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끝에 살해까지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을 지우려는 사회적 분위기와 사법부의 문제적 태도가 지속된다면 피해자는 계속해서 위축되고, 가해자는 계속해서 당당해질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국가는 관련 법체계를 점검하고, 대대적이며 지속적인 실태조사를 시행하는 등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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