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SK와 함께 국내 배터리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삼성SDI는 양사가 미국과 국내에서 배터리 소송과 공방전을 벌이는 동안 묵묵히 연구개발(R&D)에 집중해왔다. 특히 올해는 양사가 합의금으로 제시한 2조원에 육박하는 대대적인 투자도 예고한 상태다.
12일 삼성SDI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0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작년 한 해 연구개발비로 8083억원으로 사용했다. 이는 회사 설립 이래 최대치다.
특히 연구개발비는 2017년부터 계속 늘고 있으며, 매출액 대비 비중은 7% 이상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삼성SDI는 전기차가 더 널리 보급되는 데 걸림돌로 지목되는 주행거리, 충전 속도, 가격 등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SDI는 니켈 함량이 88% 이상의 하이니켈 기술을 접목해 주행거리를 대폭 늘리고, 희소 금속인 코발트 비중은 낮춰 원가를 절감한 5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올해 하반기 양산할 예정이다.
또한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를 2027년 양산 목표로 개발 중이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은 지난해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첫 회동에서 주요 주제로 다룰 정도로 전기차 시장에서 이목을 끄는 기술이다.
특히 최근 파워 데이를 통해 ‘각형 배터리’ 내재화를 공언한 폭스바겐도 전고체 배터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폭스바겐은 각형 배터리가 전고체 배터리에도 가장 적합한 폼팩터(형태)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통해 폭스바겐과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SDI는 지난해 연구개발비 외 시설투자비로는 1조6000억원을 지출했다. 특히 배터리 부문 시설 투자에 지난 3년간 관련 매출의 평균 21%를 사용했다. 이처럼 삼성SDI는 최근 몇 년간 연구 개발과 시설투자 모두 미래 성장동력인 배터리에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쟁으로 허비한 시간 동안 삼성SDI가 나 홀로 절치부심, 신성장동력 개발에 주력했다"고 분석했다.
삼성SDI는 올해에도 헝가리 법인에 약 1조원의 투자를 진행, 배터리 설비 증설과 2공장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헝가리에서 생산되는 5세대 배터리는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 유럽 완성차 업체에 공급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도 첫 배터리 생산 설비를 건설할 계획이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력 개발과 지속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성장과 내실을 다지는 한 해가 되겠다"며 "장기적으로는 게임체인저인 전고체 전지 개발과 양산기술 확보에도 많은 투자와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계속되는 연구개발 성과 덕에 삼성SDI의 시장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1월~2월 전 세계에 등록된 전기차 배터리 공급량에서 1.3GWh(기가와트)로 5위를 차지했다. 1위는 중국 CATL(8GWh), 2위는 LG에너지솔루션(4.8GWh), SK이노베이션은 1.3GWh로 6위였다.
SNE리서치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에서도 선방해오던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 들어 중국 기업들의 공세에 다소 밀리는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기초 경쟁력 배양에 더욱 힘쓰면서 성장 전략을 새롭게 정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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