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참패한 문재인 정부가 대대적 인사혁신을 예고한 가운데 관가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됐다.
13일 정치권과 각 부처 관계자에 따르면 정세균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과 함께 정부는 국정 하반기 안정적 마무리를 위한 개각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미 정 총리는 차기 대권에 뜻을 두고 있어 공식적인 사의 표명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의 표명 시기는 이란 출장이 끝나는 16일 또는 국회의 대정부질문 마무리 후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가장 큰 관심사는 최장수 기획재정부 장관 기록을 세운 홍남기 부총리가 개각 대상에 포함되는 지 여부다.
신임 총리가 결정되면 경제라인도 새롭게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홍 부총리도 이번에는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개각 때마다 개각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부동산 대책 발표 등 굵직한 현안이 맞물리면서 부총리직을 유지했다.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를 신임한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미 홍 부총리 또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지난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재난지원금, 대주주 기준 10억 유지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은 끝에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홍 부총리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사람들은 모두 기재부 출신이다. 홍 부총리보다 행시 2기수 선배인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32회) 등이 유력한 후보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고형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 정은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대사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고 대사와 노 전 실장은 행시 30기, 정 협상대사는 행시 28기다.
통상적으로 정치인들은 정권 말기에는 입각하는 것을 꺼려한다. 또한 정권 말기이므로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기존에 발표한 것들을 잘 관리해 마무리하는 게 우선시 된다.
홍 부총리의 국무총리 기용설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임기 말에 지금까지 펼쳐놓은 정책을 마무리하는 정리가 필요한데, 홍 부총리는 지난해 한국판 뉴딜 등 문 정부의 굵직한 정책들을 주관했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가 기재부 장관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내년 초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 사실상 각 부처 또한 '현상 유지'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인사청문회 일정을 고려하면 사실상 8~9개월짜리 자리인 셈이다. 정부도 임기말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이호승 정책실장을 임명한 후 안일환 경제수석, 이형일 경제비서관 등 기재부 출신으로 경제정책라인을 구성했다.
홍 부총리의 개각 대상 여부와 함께 세제실장과 차관보 임명 시기도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달 갑작스러운 정책실장 교체로 안일환 수석이 청와대로 가면서 기재부도 인사를 서둘렀다. 1·2차관을 교체한 데 이어 기재부 내 '1급 빅3' 중 예산실장의 자리를 먼저 채웠다.
모 부처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권 연장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해 정치권에서도 장관 후보가 거론됐지만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며 "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만큼 최대한 안정을 추구한 인사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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