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대 벤처기업협회 회장에 오른 강삼권 회장은 벤처 생태계 성장을 인정하면서도 “그동안의 성과를 잘 이어가야 한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강 회장은 “정부에서 벤처캐피탈(VC)에 엄청난 자금을 투입했다. 규제 샌드박스, 연대 보증 폐지는 아주 잘한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혁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 것도 사실이다. 칭찬할 일은 칭찬해야 한다”면서도 “나중에라도 ‘제3 벤처붐이 왔다’라는 말이 나오면 안 된다. 제1 벤처붐이 사그라들었기 때문에 제2 벤처붐이 왔다. 이번에는 과거보다 더 잘 관리해서 '제3'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정책은 무엇일까. 그는 ‘씨앗 뿌리기’와 ‘글로벌 진출’을 제시했다. 벤처 투자자들은 10개 기업에 투자해 1개 기업만 성공하면 나머지 9개 기업의 실패를 감당하고도 남는다고 말한다. 그만큼 벤처기업을 창업해 성공하기는 어렵다. 한 번의 창업으로 성공하기는 더 어렵다.
강 회장은 실패가 쌓이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기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재기 지원과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강 회장은 “서울대학교에서 벤처 대학원을 설립하려고 자체 조사를 해보니 학내 벤처기업 중 94%가 망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죽기 살기로 각오해도 많은 사람들이 망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코스닥에 상장한 회사치고 한 번씩 실패해보지 않은 기업이 없다. 창업은 실패해 본 사람들이 다시 도전하고, 마침내 성공하는 과정이다. 연대보증 폐지는 이런 측면에서 실패한 사람을 재기할 수 있게 한다”며 “스케일업 하는 회사들은 이미 잘 굴러가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되지만, 창업 1~3년 차 기업은 재무제표상 실적이 부족해 투자받기가 어렵다. 총도 100발 쏴서 1~2발 맞추는 거 아닌가. 정부에서는 초기 기업들에 대한 심사 기준을 낮춰 폭탄 투하하듯 자금을 지원해줘야 한다. 일단은 씨앗을 많이 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글로벌을 바라보는 눈 또한 중요하다. 한국 시장을 타깃으로 만든 제품과 서비스는 결국 내수의 한계에 부딪힌다. 강 회장은 “글로벌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인지를 따져봐야 하고,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에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협회 차원에서도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브릿지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 벤처기업이 글로벌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창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판매할 제품을 구상하고, 개발‧유통해야 한다. 협회는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을 연결해 소통할 수 있게 지원하고, 전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줄 계획이다.
강 회장은 “한국도 유니콘 기업이 많이 나왔지만, 아직까진 국내 시장에서 활동하는 플랫폼 중심의 내수 기업들이 대다수다. 앞으로 유니콘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야 한다. 한국 대기업 옆에서 형님‧선배님 찾기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며 “벤처기업 개별적으로 글로벌 기업과 소통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를 돕기 위해 협회에서는 아마존, MS, 구글과 협력해서 글로벌 진출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 계획이다. 더 나아가서는 기업, 정부와 함께 펀드를 만들어 글로벌로 나가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향도 구상 중이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씨앗을 심는 대로 제대로 잘 영글고, 알맹이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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