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중국이 목말라하는 4ㅂ(반도체.배터리.바이오.뷰티)에 한국의 길이 있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전병서 경희대 객원교수
입력 2021-04-15 17:2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전병서 교수]



중국 GDP가 미국을 추월하면 동맹의 배반이?

미·중의 2차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중의 1차전쟁이 무역전쟁이었다면, 2차전쟁은 동맹전쟁이다. 미국은 쿼드 동맹과 같은 지정학(地政學)적 동맹에 이어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제약업 등의 4대 핵심산업에서 중국을 포위하는 지경학(地經學)적 동맹도 추진 중이다.

삼국지에서 보면 후한시대 동탁의 전횡에 대항해 18개 제후들이 회맹(會盟)을 한다. 소 피를 나누어 마시고 동맹을 결의하지만 정작 동탁과의 전쟁은 철저하게 제후국의 이익에 따라서만 움직였다. 돈 되면 모이는 것이고, 돈 안 되면 떠나는 것이 국가 간의 동맹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중 전쟁의 원인은 단 한 가지, 중국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2020년 중국 GDP는 미국의 70%로 1995년 일본이 최전성기였던 시기의 GDP 비중과 맞먹는 수준이다. 일본이 1985년 미국 GDP의 40%대였을 때도 유럽과의 동맹으로 겨우 일본을 좌초시켰던 미국이 지금 70%대로 커버린 중국을 미국 단독으로 좌초시키는 것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이번에는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까지 모두 동원해야 할 판이다.
IMF는 2020년 미국 GDP의 70%대인 중국의 GDP가 2026년이면 87%대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경제가 매년 5~6%대의 성장을 하고 미국이 2~3%대의 성장을 하면 9~12년 내에 중국의 GDP가 미국 GDP를 추월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영국과 일본, 미국의 예측기관들은 중국 GDP의 미국 추월시기를 2029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국제관계에서는 '돈은 피보다 진하다'.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만들려고 하자 미국이 반대했지만 미국의 외갓집인 영국부터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고 중국의 돈 앞에 줄을 섰다.

중국이 미국 GDP를 추월한다고 중국이 패권국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면 미국의 동맹전략에 치명적인 구멍이 뚫릴 가능성이 있다. 그전에 중국 GDP가 미국의 90%에만 도달해도 동맹의 배반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동맹참가국에 경제적 이익을 보장하지 못하면 동맹은 그냥 사진 찍고 밥 먹는 것에 그친다.

중국은 미국의 '기술의 칼'과 '금융의 창'이 두렵다!

중국이 지금과 같은 경제구조로 미국 GDP를 추월하면, 중국은 그냥 두어도 망한다. 왜냐하면 첫째, 현재와 같은 철광석·구리 등 주요 원자재의 40~60%를 중국 혼자서 소비하는 자원 과소비형 경제구조로 세계 최대가 되면 전 세계와 자원 쟁탈을 위한 세계3차대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현재와 같은 은행대출 중심의 금융구조로 가면 GDP가 미국을 추월하기도 전에 부채가 미국을 추월하는, 세계 최대의 부채대국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을 원시 농경시대로 돌려놓기 위해 첨단기술 봉쇄를 실시하고, 금융시장 개방을 통해 금융의 창으로 중국의 급소를 찌르려는 것이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무기로 하는 전쟁에서는 완벽하게 승리한 적이 없지만 금융으로 하는 전쟁에서는 단 한번도 진 적이 없다. 중국은 2차·3차 산업혁명까지는 제조업에서 후발자 이익을 극대화해서 미국을 추월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중국에는 없고 미국엔 있는 대표적인 품목 하나를 들라면 바로 반도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닦고 조이는 전통제조업에서 1등은 의미가 없다. 빅데이터, IoT, AI, 로봇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정보의 수집·처리·지능화를 가능하게 하는 반도체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지금 중국은 겉으로는 큰소리 치지만 속으로는 미국의 '기술의 칼'과 '금융의 창'이 두렵다. 그래서 미·중의 전쟁은 무역이 아닌 기술과 금융전쟁이다. 중국은 살아남기 위해서 산업구조와 금융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제조에서 기술중심의 첨단산업과 서비스업으로 구조전환해야 하고, 상업은행 중심의 금융구조에서 투자은행 중심의 금융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금융 개방과 금융 개혁을 통해 살을 찢는 고통을 감내하고 변신해야 산다. 여기서 실패하면, 26년 전 미국과의 금융전쟁·기술전쟁에서 패해 몰락의 길로 가버린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따라가야 한다.

한국, 기술전사와 금융전사를 길러야 한다

202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일어선 중국에 대해 무조건 '중국은 붕괴한다'는 식의 피해의식이 만든 감정의 연장선상에서 중국경제를 보면 안 된다. 서방세계에는 중국 위기론·붕괴론이 넘치지만 정작 서방의 기술과 돈은 중국을 버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긴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휴대폰, 노트북, 전기차 시장이 되자 전 세계 반도체, 휴대폰, LCD, 배터리, 전기차 기술이 모두 중국으로 몰려갔고, 트럼프 대통령이 난리를 치는데도 테슬라는 상하이에 세계 최대의 전기차공장을 지었다.

중국경제가 위기라는데도 서방세계의 대중국 직접투자(FDI)는 최근 10년간 단 한해도 줄어든 적이 없고 지난 2년간 미·중의 무역전쟁 속에서도 외국인의 대중국 주식투자는 더 늘어났다. 서방세계의 중국에 대한 말과 행동은 정반대였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반도체가 아킬레스건이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의 80%를 수입해서 전자제품을 만들지만 핵심부품인 반도체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1992년부터 금융시장을 개방해 전 세계 투자가로부터 시달림을 받았고 큰 수업료를 냈다. 이젠 그 수업료를 세계에서 둘째로 커진 중국자본시장에서 벌 때가 왔다.

한국은 미·중의 기술전쟁·금융전쟁의 관점에서 기술전략·금융전략을 짜야 한다. 한국은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이 결핍하고 있는 'ㅂ'자 산업,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뷰티' 그리고 금융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돈 없는 나라가 약한 나라이고, 기술 없는 나라가 약한 나라이고, 돈 굴릴 줄 모르는 나라가 후진적인 나라다. 힘의 기반 위에 외교가 나오는 것이지 세치 혀로만 하는 외교는 힘이 없다.

세상은 MZ세대가 바꾼다. 미국과 중국사회의 변화의 주역인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윈, 마화텅은 모두 20대에 세상을 바꿀 기술을 시작했고 세상을 바꾸었다. 한국의 꼰대세대는 부동산에 올인하지만, MZ세대는 해외펀드와 주식 그리고 비트코인에 올인한다. 한국의 20대를 기술전사, 금융전사로 제대로 키워 중국의 거대시장이 확 열릴 때 크게 벌어와야 한다.

AI와 대화하고 AI와 소통하고 창조하는 인재가 많은 나라가 강국이다. AI는 강한 천재 한명이 수백만, 수천만, 수억의 아바타를 통해 마치 손오공처럼 힘을 확장시킬 수 있다. 제조업의 엔지니어가 아닌 AI를 만들 기술전사, 금융전사가 필요하다. 여기에 국가가 돈 넣고 학교가 올인하고 사회가 양성해야 한국의 미래가 있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