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ESG경영은, 착함 아닌 '똑똑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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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고려대 공학대학원 특임교수
입력 2021-04-1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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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고려대 공학대학원 특임교수, 前 중소기업청장]



작년부터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ESG 열풍이 이제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는 약어로 ESG 경영, ESG 투자 등 기업 경영뿐만 아니라 투자 전반을 넘어 국가 경영에 이르기까지 적용이 확대되면서 일반인도 꼭 이해해야 하는 시대정신이 되고 있다. 당초 ESG는 환경적·사회적·지배구조적 측면을 기업 경영의 핵심에 두고 경영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경영 성과와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에서 시작되었다. 이제 ESG를 기업 경영의 핵심에 두는 ESG 경영을 넘어, 'ESG 경영이 우수한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ESG 투자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기술전시회인 CES에서도 ESG가 전시회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제시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예년과 달리 온라인으로만 개최된 이번 CES에서 삼성전자, GM, 보쉬 등 각 분야 주요 기업이 이구동성으로 ESG 경영을 부르짖은 것은 세계적 ESG 열풍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이다. CES와 함께 세계 양대 기술전시회 중 하나로 역시 온라인으로 지난주 열린 하노버 산업박람회도 ESG가 단연 돋보이는 키워드였다. 산업 기술에 있어서도 순환경제, 탄소중립 등 환경 및 지속가능 발전적 측면이 크게 부각되면서 ESG가 이제 세계적 시대정신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연초 미국 바이든 정부의 출범과 함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 복귀를 발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등 친환경 정책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는 것도 ESG 열풍을 키우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도 제품 구매 시 ESG 측면을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수출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와 기업이 시급히 대응해야 할 ‘발 등의 불’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은 물론 정부, 학계 및 연구계 등 전 경제 생태계의 ESG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대응이 매우 시급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기업 현장은 물론 경제계 전반의 현실은 유감스럽게도 아직 ESG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공감대가 미흡하여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팬데믹,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중대재해법 등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 대응에도 힘겨운 기업인들에게 ESG는 또 다른 부담으로 인식되고 있고, '왜 갑자기 ESG 열풍인가', 'ESG 경영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ESG 지표는 적절한가', '정부는 ESG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등 많은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ESG 대응의 첫걸음은 ESG가 급부상한 배경과 원인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ESG의 근원은 먼저 글로벌 경제의 기본 패러다임인 자본주의의 변화에 있다. 즉,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인 아나톨 칼레츠키가 2010년 저서 <자본주의 4.0>에서 주창한 포용적 자본주의가 그 핵심이다. 시장 중심으로 시작된 ‘자본주의 1.0’이 1930년대 세계경제 대공황을 맞으며 정부가 개입하는 수정자본주의인 ‘자본주의 2.0’이 떴고, 1980년대부터 풍미한 신자유주의라 불리며 다시 시장 중심으로 돌아간 ‘자본주의 3.0’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며 포용적 자본주의인 ‘자본주의 4.0’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 4.0’은 시장 중심의 혁신 만능주의에 따른 승자독식, 사회 양극화가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와 시장이 소통·협력하는 포용 성장을 추구한다. 작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주주 중심 자본주의를 주주는 물론 고객, 직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 중심 자본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듯 포용적 자본주의가 시대정신으로 부상하면서 기업 경영 및 국가 정책의 기조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작년 촉발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제사회 전체의 기후 위기, 사회 양극화 등 환경 및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ESG 열풍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20대 후반과 30대를 의미하는 밀레니얼 세대, 10대 후반과 20대 전반을 지칭하는 Z세대를 아우르는 MZ세대가 소비자와 기업 구성원의 주류로 진입하면서, 이들이 민감하게 주목하는 환경과 사회, 공정성 이슈가 ESG 열풍을 한층 더 가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ESG 열풍의 배경과 원인을 살펴보면, 결국 ESG 경영의 핵심은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 국가 입장에서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기업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을 경영의 핵심에 두는 ESG 경영으로 고객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요체인 것이다. 기업이 기업의 목표인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 더 나아가 소위 팬덤을 얻으면 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은 저절로 얻게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ESG를 통해 기업과 국민, 국가가 공동 발전하는 포용 성장, 지속가능 발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ESG 경영에서 환경(E) 측면은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절감, 순환경제, 수소경제 등 친환경 기술 개발 및 경영 전략을 통하여 환경 보호와 기업‧경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사회(S) 측면은 건강, 안전, 편리, 지속가능성 등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만족시키는 기술 개발 중심의 경영을 통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지배구조(G) 측면은 이사회, 경영 조직체계, 감사 기능 등 기업의 의사결정을 지배하는 소유‧경영의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은 물론이고 성‧나이‧인종 등 기업의 의사결정을 지배하는 구조적 요소를 포용적이고 공정하게 관리하여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착한 기업’보다 ‘현명한 기업’이 되어야 한다. 우리 기업과 정부가 ESG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ESG 경영‧정책을 통하여 ESG 지속가능성과 수익성 및 경제성장의 동시 추구, 기업과 사회의 동반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길 기대한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펜실베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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