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철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19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던진 첫마디다. 지난달 31일 제9대 개성공단기업협회장으로 취임한 이재철 회장은 벌써 어깨가 무겁다. 상당수의 입주기업이 남북 관계 복원과 개성공단 재가동의 한목소리를 내기도 전에 생존조차 위태로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개성공단 재개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 기업들은 한순간에 생산공장을 잃고 매출이 급감했다. 설상가상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돼 3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정부는 공단 폐쇄 초기에 피해지원을 한 이후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9대 협회장에 취임했다"며 "앞이 캄캄한 상태에서 무거운 책임을 떠안았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개성공단 폐쇄 직전까지 공단에 입주해 있던 125개 기업 중 5개 이상 기업이 이미 문을 닫았고, 20여 곳은 휴업 상태다. 그나마 나머지 기업은 베트남, 중국 등지로 대체 생산부지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그는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지 벌써 5년이 넘었고, 이 기간 동안 두분의 입주기업 대표가 심근경색과 스트레스로 돌아가셨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피해보상에 대해선 "기업 생존을 위해 정부가 피해확인금액 전액을 지원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9년 국민과의 대화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대한) 손실보상을 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대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서 적절한 대책을 세워달라"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최근 청와대에서 보내온 자료를 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영업손실이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산출 근거가 없어 지원에서 제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면 지원해주겠다는 의미인지 확실치 않다"고 했다. 이 회장이 언급한 청와대 자료를 보면 정부가 확인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손해액은 7860억원이다. 이 중 5498억원은 보상해줬고, 나머지 2362억원은 아직도 미지급 상태다.
이 회장은 "지난 2018년 한반도의 봄이 사그라지면서 개성공단에 대한 국민 관심도 시들해졌지만, 개성공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절대 잊혀서는 안된다. 개성공단 재개 여론 형성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공단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개성공단의 끈을 놓지 않도록 정부가 생존을 위한 지원책을 촘촘하게 마련해주길 바란다"며 "우리가 생존해야 개성공단 재개도 의미가 있다.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는 협회 회원사들과 한마음으로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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