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② 기업 부담 커진다...곳곳에서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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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1-04-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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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대륙법계 최초 집단소송제 전면 도입

  • "미국에서도 찾기 힘든 실험적 제도" 지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번에 입법예고된 집단소송법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우리나라는 대륙법 체계를 갖춘 나라 중 최초로 집단소송제를 전면 도입한 나라가 된다.

권용수 건국대학교 교수는 "대륙법 체계와 영미법 체계는 그 사회의 역사·철학·가치관 등이 축적된 결과"라며 "영미법 체계의 집단소송제를 전면 도입하면 대륙법 체계인 국내 법체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이어 "실제 독일·일본·프랑스 등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집단소송제가 아닌 단체소송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국가에서 하는 단체소송은 소송을 신청한 피해자에게만 효력이 미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피해자 일부가 아닌 소비자단체가 대표로 소송하는 등 소송 자격을 까다롭게 둔다.

특히 유럽연합(EU)에서는 10년간의 논의 끝에 지난 2013년 회원국에 집단소송제에 대한 공통 원칙을 권고했다. EU는 미국식 집단소송을 '독성이 강한 칵테일'로 비유하면서 유럽 법 문화와 체계(대륙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업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법 시행 이전에 있었던 사건까지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집단소송법 제정안에는 소급 기한이 명시돼 있지 않아 집단소송이 어디까지 제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권 교수는 "이번 제정안은 미국 집단소송제를 모델로 하면서도 미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소조항은 대거 추가됐고 남소 방지에 필요한 장치는 빠졌다"면서 "무엇보다 원고 측의 입증 책임이 경감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송제도의 기본 원리는 원고가 입증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는 "일반소송에서는 원고가 입증 책임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지만 그것보다 파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집단소송으로 전환하면 입증 책임이 낮아지는 불합리성이 발생한다"며 "이에 따라 원고가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기 어려울 경우 일반 민사소송에서 집단소송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의 영업 비밀을 예외 없이 제출하게 한 것도 재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영업비밀은 기술 유출 방지 등 각종 법률로 보호되는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민사소송법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제출을 거부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특허소송과 같이 영업비밀의 확인이 불가피한 사안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조치를 일반 배상책임을 다투는 집단소송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남소 방지 장치를 폐지·완화한 것도 마찬가지다. 집단소송의 본토인 미국에서도 남소 부작용 경험을 통해 엄격한 남소 방지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도 '인공감미료가 부작용을 유발한다'와 같은 검증되지 않은 연구 결과를 근거로 코카콜라에 대한 집단소송이 제기되는 등 집단소송 건수는 △2010년 174건 △2015년 217건 △2019년 428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1심에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한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집단소송은 사법적 법률관계를 다투는 민사소송의 절차다. 복잡한 쟁점이나 손해액 산정 등에 전문성이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중범죄 형사사건에만 배심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배심제가 활발한 미국은 민사 재판에서는 배심제가 거의 활용되지 않아 사실상 소멸된 상태다.

소급 적용과 관련해 별도의 제약을 두지 않은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독일은 '일반적 소급입법 금지 원칙'을 적용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법적 안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소급 적용을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권 교수는 "법과 제도는 일단 만들어지면 바꾸기 어렵다"며 "경제주체들의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고, 제도의 실효성이 충족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그 후에 제도를 선택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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