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1일부터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된다.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로 구성된 임대차 3법이 국회파행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7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후 무엇이 급한지 7월 3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 준비기간도 없이 8월 1일부터 바로 시행되었다. 이런 속전속결 시행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그러나 전·월세신고제는 행정시스템의 준비가 필요해 지금까지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6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것이다.
6월부터 시행되는 전·월세신고제의 신고대상지역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 지방 광역자치의 시이다. 다만 도 지역의 군(郡)은 임대차 거래량이 작고 소액 계약 임대차 비중이 높아 신고 필요성이 낮다고 봐 신고대상에서 제외됐다. 신고금액 기준은 보증금이 6000만원을 초과하거나 또는 월 임대료 30만원을 초과하는 계약이다. 확정일자 없이도 최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는 임차 보증금의 최소금액이 6000만원인 점이 고려됐다. 임대차 계약 당사자가 계약일로부터 30일 내에 임대기간, 임대료, 면적, 층수, 갱신 여부 등의 계약 내용을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신규·갱신계약 모두 신고해야 한다. 갱신계약의 경우 종전 임대료,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추가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계약금액의 변동이 없는 갱신계약일 경우엔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신고방법은 계약 당사자인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 신고서에 공동으로 서명 또는 날인해 신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서류 제출은 임대인 또는 임차인 중 한명만 해도 된다. 임대한 주택의 관할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통합민원창구에서 오프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비대면 온라인 신고도 가능하다. 임대차 3법 중 마지막 퍼즐인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는 것이다. 임대차 계약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다만 시행일인 오는 6월 1일부터 2022년 5월 31일까지는 계도기간으로 과태료를 물지 않는다.
국토부는 이 제도를 통해 임대차 시장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액계약이나 단기계약, 갱신계약 등 그간 확정일자를 잘 받지 않던 계약도 신고하게 되면서 임대차 보증금 보호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 역시 강화되는 측면이 있어 되레 전세금으로 세금 부담이 전가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미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의 시행으로 전·월세가 급등해 싼 전·월세를 찾아 서울 외곽으로 나가는 전·월세 난민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갭투자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집값의 20%만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매수인의 입주의무를 부여해 집값의 80%라는 거금을 마련하기 힘든 젊은 층의 내집 마련 사다리를 붕괴시켰다. 이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의 시행으로 전·월세가 급등, 전·월세 난민이 속출해 주택정책의 대실패에 대한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전·월세신고제는 전·월세 물량을 추가적으로 줄여 임대료의 추가적인 상승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결국 임차인들에게 더 큰 피해가 돌아갈 것이 명약관화한 조치를 ‘차질 없이’ 시행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부여당의 특징은 문제가 수반되는 정책도 절대로 성찰이나 시정이 없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차질 없이' 완수한다는 점이다. 이들이 외치는 개혁의 완수는 좌파이념에 편향된 정책을 ‘차질 없이’ 완수하는 것이다. 좌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오류의 절대성’에 집착하고 있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 지난 4년간의 경제정책을 회고해 보면 소득주도성장부터 반기업·친노조정책, 큰 정부 정책, 탈원전, 4대강 보 해체나 수문 개방, 해외자원개발 중단 등 어느 것 하나 성공은 고사하고 경제를 송두리째 붕괴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임기 마지막 1년을 앞두고 서울·부산시장 보선에서 대패하고서도 정책기조 전환은 절대로 없는데, 주택정책도 같은 기조다. 서민들에게 밀접한 주택정책을 실패하고도 마지막 남은 전·월세신고제를 기어코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신고된 전·월세 정보는 표준임대료로 활용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전·월세 물량이 줄거나 암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가격을 엄격히 통제하면 공급은 줄고 수요는 증가해 암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은 경제원론 수준의 지식이다.
이런 제도가 시행되었던 독일에서도 이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고, 최근 문재인 정부가 예를 들었던 베를린에서는 헌법 위배 판결마저 내려졌다. 베를린에서는 시내 주택임대료를 억제하기 위한 월세상한제를 실시한 지 1년여가 지났는데, 베를린 시내 월세 가격은 잡았지만 월셋집 공급이 급감하면서 교외의 월세가 급등하는 부작용이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베를린시의 월세상한제는 세입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당 9.8유로(약 1만3200원)를 표준 임대료로 제시하고 임대료를 5년간 동결하고, 표준 임대료보다 20% 이상 높은 월세는 세입자 요구로 강제 인하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 제도 도입 후 베를린 시내의 월세 공급이 57% 급감하고 외곽 지역의 월세가 급등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독일경제연구소(DIW)에서는 지난해 2월 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베를린 시내의 평균 월세는 구별로 7~11% 하락했으나 베를린 시내 월셋집 공급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월세를 놓아 얻는 이득이 줄어들자 집주인들이 월세를 내놓기를 꺼리거나, 새로운 주택 건설이 지체된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베를린 시내에서 월셋집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월세상한제가 실시되지 않는 교외로 밀려나면서 베를린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포츠담의 월세가 1년간 12% 오르는 등 교외의 월세가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고 DIW는 분석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여당이 지난해 전·월세 시장을 규제하는 ‘임대차 3법’을 도입하며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독일 베를린의 월세상한제에 대해 4월 15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무효’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베를린의 월세 실험은 시행 14개월 만에 실패로 막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부여당은 임대차 3법의 완수를 위해 벌써 국회에서는 여당이 부동산거래신고 시 자금조달계획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제출되어 있고, 부동산거래감독위원회 설치법안도 제안되어 있는 상태다. 이미 설치하기로 한 부동산거래분석원에 감시기능을 강화해 관련조직을 국무총리실 소속 위원회로 격상하는 안이다. 부동산 분야 빅브러더스가 탄생하는 것이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위원회가 출범해 갖은 금융정책에 간여하면서 한국의 금융산업 경쟁력을 추락시키고 있는데, 부동산 분야에서도 유사한 조직을 만든다는 것이다. 금융보다 부동산은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이므로 결국 국민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도대체 국민들의 월세 30만원까지도 일일이 감시·감독하겠다는 발상이 어디서 나오는가. 자유민주주의에서 보장되어야 할 세 가지 중요한 천부의 기본권이 자유·생명·재산이라는 점은 1600년대 계몽주의시대 이후 주장되어 오고 있는 바다. 특히 천부의 기본인권에 재산권을 포함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개인의 사유재산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결국 모든 자유가 없어지고 생명도 위협받게 되기 때문에 지난 400여년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으로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가장 소중하게 주장해 온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서는 하나같이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부정하거나 제약하면서 국민들의 삶을 피폐시켜 오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서도 재산권이 얼마나 인간의 자유 증진에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6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전·월세신고제나 부동산거래감독위원회, 부동산거래분석원 같은 부동산 분야 빅브러더스 설치법은 정부가 개인의 사적계약에 지나치게 개입해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약할 소지가 크므로 마땅히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월세 30여만원 정도도 죄다 조사해서 과세하는 경우에는 현재도 세계에서 가장 심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노인빈곤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경제가 성장해 오는 과정에서 대개 빈손으로 출발해 자녀 양육하고 집 장만하며 직장생활하다 50대 중반에 퇴직한 많은 노장년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집 한 채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별달리 저축해 놓은 금융자산이 많이 있을 리 없다. 국민연금도 평균 100여만원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수입도 없는데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인한 부동산세금 폭탄으로 부담해야 할 부동산세금과 건강보험료만도 과중한 편이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집을 줄여서 월세 조금 나오도록 마련해 둔 경우가 많다. 정부가 해 주지 않으니 개인 차원에서 노후 대비를 해둔 것이다. 이런 월세 30여만원 정도도 국민들을 투기꾼 취급하며 죄다 조사해서 과세한다는 것은 그동안 산업발전에 땀흘려 온 노장년세대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이런 면에서도 부동산거래감독위원회,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법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당장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학교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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