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수급과 관련해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을 중심으로 돌발 변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백신 주권의 무게 추도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수급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지금부터라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최대한 감안해 여유분의 백신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효과를 보강하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추가 접종에 나서는 '부스터 샷'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최근 미국 보건복지부는 "백신의 추가 도스(1회 접종분) 가능성과 관련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고,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 역시 "백신을 맞은 사람이 1년 안에 세 번째 접종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며 부스터 샷 도입을 기정사실화했다.
아울러 일본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인 16세 이상의 전 국민에게 접종할 수 있는 화이자 백신을 확보하는 데 사실상 성공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와 전화로 백신을 추가 공급받기로 실질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애초 병당 6회 접종을 전제로 1억4400만회(7200만명분) 분량의 백신을 공급받기로 화이자와 계약한 바 있으며, 이번에 화이자 측에 1억회(5000만명분)가량의 접종 분량을 추가로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미국이 부스터 샷을 검토하고 일본까지 백신 확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백신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방역 당국이 지금까지 확보한 백신은 총 7900만명분이며, 이 가운데 상반기에 소화될 수 있는 물량은 11.4%인 총 904만4000명분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계약 물량이 가장 많은 모더나, 노바백스(각 2000만명분) 등 두 가지 종류 백신은 아직 초도 물량도 확정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스터 샷을 비롯한 여유분을 감안해 빠른 시일 내에 백신 전략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사실 부스터 샷 이야기는 이미 올해 초부터 이미 언급된 바 있다"며 "부스터 샷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백신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학계에서 계속 제기돼왔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1회 접종이 추가되면 당초 계획 대비 50%의 물량이 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대단히 많은 물량이다. 방역 당국이 이 같은 변수를 계속 유념하며 추가적 계약에 나서야 할 것 같다"며 "특히 화이자 및 모더나 등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 백신은 하반기 수급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본질적으로 부스팅이나 업데이트에 있어서는 mRNA 백신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정부가 앞으로 이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수급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이 백신 접종을 하고 남은 물량을 다른 나라로 공급할 줄 알았는데, 이 부분이 어긋나면서 백신 수급에 큰 문제가 생겼다"며 "아마 우리 방역 당국이 이에 대한 대비가 안 돼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관련 면역은 접종 1~2년 후 효과가 떨어져 추가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또 기존 코로나19 백신으로는 신종 변이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 같은 변수를 염두에 두고 정부가 백신 접종 전략을 수립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올 한해 백신 접종 계획에 대해 전면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며 "방역 강화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되, 지금이라도 최대한 빨리 외교력을 총동원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물량 확보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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