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등 사법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권을 향해 '무책임한 정부'라는 힐난까지 나왔다. 이 같은 정부 입장은 미국 행정부와는 다소 온도 차가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다만 정부가 최근 일본 측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절차를 준수할 경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혀 정부 내 기류가 변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뒤따른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0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과 관련해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음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전날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일본이) IAEA 기준에 맞는 적합한 절차에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조건부로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읽혀 오염수 방류에 강경하게 대응해온 정부가 입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도 정 장관을 향해 "국민의 정서나 요구와 매우 다르고, 혼선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전날 언급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할 과학적 근거 제시 △우리 정부와의 충분한 사전 협의 △IAEA 검증 과정에 우리 전문가나 연구소 대표 참여 보장 등 조건을 재차 언급했다.
이어 "국내 언론에 헤드라인을 뽑는 것에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현재 저희가 파악하고 있기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나라는 유일하게 미국뿐"이라면서 "우리와 (생각이) 몇 가지 다른 점에 대해서는 미국 측에 그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려달라고 요구를 했다"고 전했다.
정 장관은 구체적으로 미국 측에 △오염수가 아닌 '처리수'라는 표현을 쓴 과학적 근거 △일본 결정이 투명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한 근거 △'국제적으로 승인된 안전 기준'이라고 판단한 근거 등에 대해 문의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결정·발표한 13일 즉각 사실상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 게시글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처리수 처리 결정을 투명하게 하려는 일본에 감사한다"며 "일본 정부가 IAEA와 계속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둘러싼 한·미 간 외교 엇박자 우려가 제기되자 외교부는 "지난주 미 국무부 접촉에 이어 13일 일측의 결정 이후 재차 주한미국대사관과 주미대사관을 통해 우리 국민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우려와 우리 입장을 미측에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정 장관은 또 "'조용한 외교'를 통해 해결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와 관련해 2018년 10월 이후 계속 내부 검토해왔다. 일본이 국제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분쟁해결절차에 들어갈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