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대북제재에 코로나19로 경제난까지 겹친 북한이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대중적 공포정치'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노동당 최말단조직인 세포비서대회를 개최한 북한은 이달 말 5년만에 청년단체회의까지 소집했다. 기존 북한은 군 간부들에 대한 교양 사업과 통제 강화에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전 대중을 향한 사상 통제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사상 통제의 주요 대상은 외부 문물에 가장 민감한 20~30대 '장마당 세대'다. 코로나19 여파 속에 최근 물적 교류는 줄었지만, 내부 불만과 외부 문화 유입이 커질 경우 결국 체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이하 청년동맹) 제10차 대회가 4월 27일부터 수도 평양에서 열리게 된다"고 밝혔다. 통신은 "대회에서 청년동맹 사업에서 이룩된 성과와 경험, 나타난 결함의 원인과 교훈을 깊이 있게 분석총화 할 것"이라며 "청년동맹이 당의 전투적 후비대, 사회주의 건설의 선봉대, 돌격대로서의 위력을 남김없이 떨쳐나가기 위한 과업과 방도들을 토의하게 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예고한 대로 단체명 개정도 논의될 예정이다. 북한은 당시 "청년동맹의 명칭을 고치는 문제는 앞으로 진행되는 청년동맹대회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일성·김정일'이라는 명칭을 떼어낼지가 관심사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열린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새 세대들의 사상 정신상태에서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청년들의 옷차림과 머리 단장, 언행,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늘 교양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외부 문화에 빠르게 반응하는 20~30대들이 기존의 사상 교육만으로는 통제하기 힘든 대상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남측 영상물 유포자와 시청자를 처벌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다. 남측에서 유입된 영상물 시청자는 최대 징역 15년에 처하고, 유포자에 대한 최고형량은 사형으로 상향됐다. 김 위원장의 최근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는 발언도 이 같은 현상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연초부터 당대회, 전원회의, 시·군 당책임비서 강습회 등 각종 회의를 연달아 개최하고 있다. 경제 위기에 주민 불만이 커질 것을 우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김정은 정권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 주민의 대규모 기아와 아사로 상징되는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아니다"라며 "‘돈과 자유의 맛’을 알아버린 북한의 주민과 기관들의 이반(離反)"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세포비서대회는 북한의 경제난과 고립 심화에 따른 내부 불안, 동요 상황에서 기층 말단 당 조직으로부터 규율과 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의도가 크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북한 일반 주민 뿐 아니라 당원들 역시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 부족, 조직 생활과 사업의 이완, 개인 이익 추구, 타협과 부패의 일상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20대에 집권해 위로부터 북한의 변화를 주도했던 김정은은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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