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중독(中讀)]‘유령도시’서 명문학군 품고 탈바꿈한 中 어얼둬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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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21-04-2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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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때 중국 최고 부호 도시였던 어얼둬쓰... 부동산 붕괴로 '유령도시'

  • 2016년 '어얼둬쓰 제일중' 캉바스로 옮긴 이후 부동산 시장 회복

  • 톈진에서도 유사한 사례... "학군만 믿어서는 안돼"

어얼둬쓰 캉바스취의 모습 [사진=신화통신]

#. 차와 사람을 구경하기 힘들다. 대로 양쪽으로 줄지어 있는 고층 아파트 대부분이 빈집이다. 마치 ‘유령도시’를 연상케 한다.

#. 빈 아파트는 아직 사람이 살진 않지만, 모두 팔렸다.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거의 소진됐고, 더 많은 고층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이곳은 더 이상 유령도시가 아니다.

위 사례는 각각 2014년 1월(위)과 올해 4월(아래)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어얼둬쓰(鄂爾多斯)시를 묘사한 내용이다. 도심 곳곳에 여러 해가 지나도록 입주민이 없어 텅 빈 아파트가 방치되면서 ‘유령 도시’로 불렸던 이 지역 분위기가 약 7년 만에 확 달라진 것이다.

어얼둬쓰의 애물단지였던 캉바스(康巴什)구에 명문 학교가 들어서면서 그간 팔리지 않았던 미분양 아파트들이 빠르게 소진됐고, 침체됐던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되찾았다고 최근 닛케이아시안리뷰(NAR)가 보도했다. 

◆1㎡당 집값 약 257만원··· 7년 새 7배 넘게 치솟아

“이제 어얼둬쓰는 유령도시가 아닙니다.”

캉바스구에 위치한 한 부동산 업자는 NAR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캉바스 도심 집값은 1㎡당 1만5000위안(약 257만원)에 달한다”며 “2020년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집값이 이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어얼둬쓰는 네이멍구 사막 인근에 자리잡은 인구 140만명의 도시다. 한때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는데, 풍부한 천연자원 매장량 덕분이었다. 어얼둬쓰 석탄 매장량은 중국 전체의 6분의1, 천연가스 매장량은 3분의1에 이른다. 희토류 매장 규모도 바오터우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중국의 두바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특히 1990년 중반쯤부터는 석탄과 희토류 등 자원개발의 붐으로 도시에 돈이 넘쳐났다. 2002년 204억 위안에 불과했던 지역 국내총생산(GDP)이 2012년 3656억8000만 위안에 달해 10년 만에 무려 17배 증가했다. 2011년에는 어얼둬쓰의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약 2200만원)를 넘어서며 홍콩을 가뿐히 제치고 중국 최대 부자도시로 우뚝 섰다.

어얼둬쓰가 위기에 빠지기 시작한 건 2013년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다. 석탄 경기가 무너지자 아파트 공사장의 크레인이 멈췄고, 집값과 땅값이 동시에 폭락했다. 2012년 1㎡당 1만 위안 수준이었던 아파트 가격은 2014년 2000위안까지 떨어졌다.

특히 2020년까지 인구 70만~80만명의 신도시로 개발한다며 58억 위안을 쏟아부은 캉바스의 대규모 아파트단지는 주민이 거의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은행 부실대출도 급증했다. 당시 공상은행 어얼둬쓰 지점의 악성 부실대출은 전체의 2%에 달하는 7억6200만 위안이었다. 전체 공상은행 지점의 평균 부실대출 규모에 비해 2배가량 많은 것이었다.

◆'맹모삼천지교'가 운명 바꿨다

어얼둬쓰의 운명이 역전된 비결은 바로 ‘명문 학세권’이다. 중국에서는 ‘전 세계 중국인이 있는 곳이 바로 명문학교가 있는 학세권’이라는 말이 있다. 교육열이 높은 중국인 대부분이 명문 학군을 부동산 매입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어얼둬쓰시 정부는 바로 이 점을 이용해 시내 명문학교를 캉바스로 옮겼다. 실력있는 교사를 모셔오기 위해 '반값 주택'을 제공하는 등 교사 채용에도 적극 나섰다. '맹모삼천지교’ 행렬이 이어졌고, 자연히 부동산 시장도 회복됐다.

어얼둬쓰에서 수년간 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한 기사는 중국 제일재경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어얼둬쓰 제일중(학교)은 지난해 칭화대와 베이징대를 30명 보낸 명문 학교인데, 학교가 캉바스로 옮겨지면서 모두들 구시가지가 아닌 캉바스 등 뉴타운에 집을 구매했다”고 했다. 이어  “2013년 캉바스에 새 집을 샀을 때 주민은 2000여명이었는데, 지금은 이곳에서 1만2000명이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학교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만 입학을 허가하기 때문에 좋은 학군 주위의 집값은 오른다. 실제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도 명문 학교가 위치하면 주변 아파트 가격은 한 채당 수백만 달러를 훌쩍 넘긴다고 한다.

아울러 시 정부는 캉바스에 대형 병원이나 복합쇼핑몰을 짓는 등 생활 편의 시설을 확충했다. 팔리지 않는 아파트 판매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어얼둬쓰는 스모그와 모래바람이 일상처럼 일어나 환경문제가 심각한 편인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캉바스에 많은 공을 들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1㎡당 2000위안이었던 캉바스의 아파트 가격은 2016년 말 6000위안, 2020년 초 1만2000위안, 2020년 말 1만5000위안으로 점차 회복됐다.

제일재경은 “1653만㎡에 달했던 부동산 재고가 모두 소진됐고, 캉바스 일부 지역에서는 교통체증까지 겪고 있다”며 “극성 부모와 자녀의 '이주 열풍'이 불면서 캉바스에서는 올해 말까지 10개의 추가 도시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될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집값 '반짝' 상승세, 젊은 층 인구증가율 둔화 우려도

사실 중국에서 죽어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데 명문 학군이 이용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톈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당시 톈진은 부동산 붕괴가 시작된 지역에 새로운 학교를 지어 주택판매율을 끌어올렸다.

다만 단순히 학군의 영향으로 단기간에 급등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언제든 다시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NAR은 "학교 이전이 부동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은 맞지만,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중국 인구 증가율 정체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어얼둬쓰의 젊은 층 인구 증가율 둔화세가 뚜렷하다. 2007~2012년 연 평균 5% 가까이 증가했던 20~30대 인구 수는 2013년부터 매년 약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초기에는 좋은 교육 환경을 찾아 인구가 유입되더라도 결국 취학 인구 감소라는 대세의 영향으로 거주 유인이 사라지고 다시금 유령도시가 될 가능성으로 연결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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