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아줌마 전유물 '떨이식품' 쓸어담는 중국 청년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1-04-22 04: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최대 '25조원' 中 떨이식품 경제가 뜬다

  • 지갑 얇아진 MZ세대, 친환경 소비유행도 한몫

  • 50% 마진율에 핫맥스 등 전문기업 생겨나

  • "유통기한 임박···먹어도 괜찮을까" 식품 안전성 논란도

중국 떨이식품 전문매장 '핫맥스' 모습. [사진=웨이보]


#'9.9위안으로 즐기는 떨이식품 성찬', '내가 즐겨 찾는 떨이식품', '떨이로 20년 전 물가 체험하기’... 중국 동영상 사이트 비리비리에 최근 떨이 식품 관련 영상들이 줄줄이 올라오는데,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중국 소셜커뮤니티 사이트 더우반(豆瓣)의 소모임 '떨이식품 사랑해요(我爱临期食品)'. 지난해 9월 만들어진 이 모임은 현재 3만5000명 이상의 회원 수를 자랑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떨이식품 공략비결, 전국 각지 떨이식품 전문매장 위치 등 각종 정보를 공유한다.

중국에서 떨이식품은 ‘린치(臨期)’식품이라 부른다. 린치, 유통기한이 임박했단 뜻이다. 그동안 마트에서 싼값에 떨이로 파는 식품은 '다마(大媽)', 즉 아줌마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불황이 닥치자 주머니 얇아진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 몰이하고 있다. 떨이식품만 전문적으로 파는 기업까지 등장하며 떨이식품은 이제 중국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 최대 '25조원' 中 떨이식품 경제가 뜬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미디어가 발표한 '2020년 중국 유통기한 임박한 식품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떨이식품 시장 규모는 약 300억 위안(약 5조원)에 달했다. 이는 중국 유통업계 간식산업 규모를 3조 위안으로 잡고, 이 중 1%가량이 팔리지 않은 채 버려진다고 가정한 것이다. 실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재고식품까지 합하면 중국 떨이식품 시장 규모는 1000억~1500억 위안(약 25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수입식품 재고가 대거 늘어났다. 중국은 세계 최대 수입식품 소비국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수입식품 규모는 2015년부터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오며 2019년 기준 전년 대비 23% 넘게 증가한 900억 달러가 넘었다.

그런데 지난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령에 물류망이 마비되면서 수입식품이 제때 팔리지 못했다. 팔고 남은 수입식품은 시중 가격보다 50% 이상 낮은 가격의 떨이로 시장에 대거 풀렸다.
 
◆ 지갑 얇아진 MZ세대···"떨이 구매는 친환경소비"

[아주경제 DB]


중국 떨이식품 경제가 호황을 띠면서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는 최근 '중국 떨이식품 보고서'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타오바오 쇼핑몰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떨이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210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유통기한이 원래의 20~50% 남은 식품이 가장 잘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도 싸고 맛에도 별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를 아예 ‘린치효과(떨이효과)’라 불렀다. 특히 떨이효과가 큰 3대 식품 품목은 감자스낵, 라면, 그리고 음료수였다. 떨이식품 구매 ‘큰손’은 가정주부, 그리고 사회 초년생과 대학생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특히 최근 들어 학생들이 떨이식품을 가장 선호한다고 했다.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자) 세대로 대표되는 젊은층은 소비생활에서 가성비와 자기만족을 특히 중요시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으로 지갑이 얇아진 MZ세대들은 가성비 좋고 자기 입맛에 맞는 떨이식품에 꽂힌 셈이다.

게다가 MZ세대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다. 떨이식품은 어차피 팔지 못해 버려지는 멀쩡한 음식을 구한다는 점에서 친환경 소비와도 연결된다. 중국에서는 매년 3500만톤 음식물이 버려진다. 중국 전체 식량 총생산량의 6%에 상당하는 수준이다. ‘체면’을 중요시 여기는 어른 세대들이 떨이식품을 사는 걸 부끄럽게 여겼던 것과 달라진 점이다.

해외서 수입식품을 많이 접해본 유학파 출신들도 떨이식품을 애용한다. 해외 유학파 출신으로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90년대생 미미씨는 현지 온라인매체 제멘과의 인터뷰에서 "떨이식품 소비는 환경보호를 생각하는 생활스타일"이라며 이미 해외에선 보편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서 상하이 현지 떨이식품 전문매장 할인소식을 수시로 올리는 미니앱도 운영하고 있다. 
 
◆ "떨이식품 팔면 마진율이 50%"

떨이식품 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들며 중국에선 아예 하나의 '소업종'으로 분류될 정도다. 그동안 슈퍼마켓 일부 할인매대 코너나 온라인쇼핑몰의 할인품목쯤으로 여겨졌던 것과 비교된다. 

특히 재고식품 물량만 제대로 확보하면 짭짤한 수입을 남길 수 있어서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높은 마진율도 매력적이다.  한 업계 인사는 "기존의 슈퍼마켓 마진율이 20% 정도라면, 떨이식품 전문점 마진율은 50% 이상에 달한다"고 말했다. 

떨이식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기업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아이미디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이 떨이식품을 구매한 주요 채널은 대형 마트, 대형 전자상거래, 지역 신선식품 마트 체인점이었다. 그 뒤를 이어 오프라인·온라인 떨이식품 전문 판매점이 4, 5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떨이식품 쇼핑몰로는 하오스치(好食期)를 들 수 있다. 2016년 설립된 하오스치는 현재 이용자 수만 1억명을 돌파했다. 지난 2018년 중국 전자상거래 공룡 알리바바로부터 1억1000만 위안 규모 C시리즈 펀딩도 마쳤다.
 
◆ "핫맥스, 붐붐마트···" 떨이식품 전문기업 속속 늘어나

최근엔 지역상권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떨이식품 전문업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하오터마이(好特賣, 영문명 HotMAxx 핫맥스)가 대표적이다. 2019년 상하이에서 시작한 하오터마이는 현재 상하이 현지 매장 80여곳을 비롯해 중국 전역에 15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세 차례 펀딩도 진행해 투자자로부터 투자도 받고 있다. 

하오터마이는 매장 간판부터 붉은색 바탕에 흰 글씨로 쓰여져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에 확 띈다. 매장 내부엔 '저가 천국', '절약만이 진리' 등 저가를 강조하는 문구가 곳곳에 붙여져 소비 심리를 자극한다.

이곳에서 파는 70%는 대부분이 수입식품이다. 에비앙(프랑스 생수), 페리에(프랑스 탄산수), 타오케오니 빅롤(태국 김과자), 다니사 버터쿠키(덴마크 쿠키) 등 유명한 수입식품을 최대 50~8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하오터마이는 상하이 시내 빌딩 밀집지역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이 100㎡ 매장으로, 최소 7000명의 젊은 직장인 유동인구가 확보된 곳에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하오터마이 상하이 매장의 한 직원은 현지 언론에 "주요 소비층은 젊은 직장인 여성"이라며 "대다수 제품이 수입품이라, 수입 브랜드에 익숙한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고 했다. 그는 “중장년층은 3.5위안짜리 에비앙(프랑스 생수)보다 2위안짜리 농푸산취안(중국 생수 브랜드)를 선택하겠지만 , 젊은 직장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회사 탕비실 담당직원이 주요 고객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오터마이에 맞서는 경쟁자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제몐망은 현재 중국 내 전국적인 체인 규모를 형성한 떨이식품 전문 업체가 이미 십여곳에 달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장쑤성 난징에서 시작한 샤오샹성훠(小象生活)가 대표적이다. 회사 설립 반년 만에 벌써 10여개 매장을 거느리고 있다. 수천만 위안 규모 A시리즈 펀딩도 마쳤다. 앞으로 난징을 중심으로 주변도시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떨이식품 전문점 판룽지스(繁荣集市, 붐붐마트·BBM)도 2020년 9월 상하이에서 시작했는데, 지난달 수만 위안 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떨이식품 경제가 최근 중국 유통업계 새로운 트렌드가 되면서 앞으로 여기서 식품업계 유니콘(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비상장 스타트업)이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 "유통기한 임박···먹어도 되나" 식품 안전성 논란 여전

젊은층 중심으로 떨이식품이 인기몰이하고 있지만, 중국인들 사이에서 떨이식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전하다. 

아이미디어 보고서에 따르면 떨이식품을 사는 게 꺼려진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약 30%에 달했다.

최근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밸런타인데이에 떨이 초콜릿을 선물로 준 남자친구와 다투다가 헤어졌다는 여자친구의 사연이 올라오며 떨이식품이 안전하냐를 놓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떨이식품 경제를 키우려면 앞으로 식품 안전성 논란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사실 중국은 아직 유통기한 임박 상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다만 베이징공상국의 유통기한 임박 식품 판매제도에 따르면 모두 6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유통기한 1년 이상의 식품(캔류, 사탕, 쿠키류 등)은 45일 이하로 △유통기한 6개월~1년 사이 식품(라면, 무균포장 음료 등)은 20일 이하로 △유통기한 3개월~6개월 사이 식품(진공포장 혹은 냉동 반조리품 등)은 15일로 △유통기한 1개월~3개월 사이 식품(멸균포장 육류품)은 10일 이내 △유통기한 16일~30일 사이 식품(요거트, 일부 간식류)은 5일 △유통기한 15일 이내 식품(우유, 두부 등)은 1~4일로 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