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 그룹의 최고정보책임자(CIO)와 전사 IT인프라 담당자가 전사적인 클라우드 도입을 디지털전환(DX)의 전제조건으로 꼽았다. 모든 IT인프라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Azure)' 클라우드로 전환한 뒤 얻은 깨달음이다. 이들은 이제 MS의 소프트웨어(SW) 개발 환경과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클라우드의 이점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매일유업 IT담당자들이 21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를 주제로 한 온라인 세미나 '애저 에브리웨어' 2일차 발표를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고객서비스를 먼저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2019년 모든 그룹사 시스템을 마저 옮기는 등 그룹 전체 IT인프라를 MS애저 기반으로 전환한 과정과 현재 상황, 후속 계획을 제시했다.
매일유업은 고객과의 소통을 포함한 고객 중심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적시 서비스 제공이 중요하다고 봤지만, 기존 구축형 시스템으로 사용량 예측·대응이 어려웠다. 주기적인 서버 교체와 백업, 5년마다 돌아오는 대규모 장비 교체 비용을 쓰고 남은 예산만으로는 서비스 개선에 한계가 있었다. 낡은 인프라에 최신 개발 방법론을 적용하기도 마땅찮았다.
조병훈 매일유업 그룹 CIO는 비용절감보다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클라우드 전환을 결정했다. 그는 "클라우드가 사용량 대비 크게 저렴한 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면서도 "글로벌 전문가들이 유지하는 최적 환경을 기반으로 장애 대처와 인프라 유지관리에 의존하면서 내부 전문가들이 발전을 고민하는 체제가 유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스템통합(SI)과 솔루션 구축같은 IT 도입방식은 사라질 것"이라며 "이제 API, 오픈소스 기술, 데브옵스(DevOps) 방법론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환경에 순응하지 못하면 앞서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클라우드가 DX의 시작점이고, 주요 IT전략은 그 환경 아래에서 용이하게 움직인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매일유업은 국내에서 비교적 일찍부터 SAP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비롯한 그룹 전사 IT를 클라우드로 전환하기 시작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이에 더해 전사 IT 클라우드 전환을 위해 시장점유율로 앞서고 있던 MS 경쟁사 클라우드가 아니라 MS 애저를 선택한 업계 최초 사례로도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담당자들이 MS 애저를 선택한 이유는 뭐였을까.
첫째는 MS가 전략적 파트너가 돼 줄거란 기대였다. 조 CIO는 "도입 클라우드 선정 과정에 개념검증(PoC)을 포함한 실무 차원의 여러 검토를 거치면서 글로벌·한국MS가 싱가포르 애저 IDC 방문을 허용했고, 클라우드 운영철학, 정교함, 안정성을 눈으로 확인시켜 줬다"며 "우리를 핵심 레퍼런스로 바라보며 모든 역량을 지원할 것이라 느끼게 해줬다"고 말했다.
둘째는 기존 기술과 MS애저의 연계성, 향후 발전가능성이다. 조 CIO는 "클라우드 지향점은 서비스형플랫폼(PaaS)과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를 아울러야 하는데 이 점에서 MS가 최적이라고 봤다"면서 "우리가 쓰는 전체 SAP 모듈을 올리고 앞서 도입한 협업솔루션 M365을 연동하고, 기존 솔루션 라이선스 재활용을 통한 비용절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셋째는 클라우드 전환 이후 원활한 개발과 운영을 지원할 파트너 생태계의 성숙도다. 조 CIO는 "검토 당시 MS의 경쟁사 쪽이 먼저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한만큼, 더 나은 생태계를 갖췄다고 보고 고민했다"면서도 "글로벌 지원과 한국MS 조직의 생태계 확대 약속과 열의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MS애저 파트너 생태계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고 평했다.
매일유업은 MS 애저를 도입하고 안정화한 결과 IT인프라 장애발생률이 크게 줄었고, 문제가 생겨도 어디서든 원격 접근해 실시간으로 빠르게 조치·복구할 수 있게 됐다. 대규모 서비스·이벤트를 위해 필요로 했던 현업부서와의 준비 기간과 논의를 감축하고, 실제 운영기간에 클라우드 모니터링 도구로 현황을 분석해 사용량에 맞춰 즉각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조 CIO는 "DX라는 여정을 위한 준비를 이제 마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한 것 자체보다 그 뒤에 숨어 있는 수많은 혜택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이제 시작하는 것"이라며 "모두 공감하는 화두가 된 DX를 실행하기 위한 기본적인 출발점이 클라우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장기적으로는 MS의 '파워 플랫폼'이나 '코그니티브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조직문화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클라우드의 꽃인 AI, 빅데이터 관련 서비스를 접목해 전사 임직원이 진정한 데이터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애널리틱스 포털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최근 대고객 헬스케어 앱 '셀렉스핏'을 통해 MS 애저의 PaaS 활용 가능성을 인식했다. 앱을 개발하며 IT인프라 담당자들이 컨테이너 환경에 익숙해졌고, 수분내 생성·테스트 가능한 CDN 등 솔루션 활용 경험을 얻었다. 향후 모든 신규 시스템에 애저 PaaS를 표준 모델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IaaS 환경도 PaaS를 활용해 고도화할 계획이다.
그룹 전사 IT와 퍼블릭클라우드 인프라 전체를 담당하고 있는 안찬홍 매일유업 인프라담당 리더는 "서비스형인프라(IaaS) 활용 중심으로 안정화된 현재 단계에서도 성과가 많았지만, 이에 더해 PaaS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여러 서비스를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구현하면 유연한 확장과 자동화를 통한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