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6명이 '만성적 울분' 상태에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유로는 '부도덕·부패한 정치'가 가장 많이 꼽혔다.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2021년 한국 사회 울분 조사' 결과 응답자 58.2%가 '만성적인(chronic) 울분'을 호소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월 24~26일 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를 통해 전국 성인 147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47.3%보다 10.9%포인트 높은 수치로, 만성적인 울분 집단 크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적인 울분은 지속되는 울분을 뜻하는 중간 집단과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 심한 울분 집단을 합산한 것이다.
반면 울분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이상 없음'은 41.8%로 2년 연속 하락했다.
사회·정치적 사안이 일으킨 울분 16개 가운데 최다로 꼽힌 건 '정치·정당 부도덕과 부패'였다. 해당 영역은 2018년 조사에서 5위, 지난해 3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1위로 뛰어올랐다.
그 뒤는 △정부(입법·행정·사법) 비리나 잘못 은폐 △언론 침묵·왜곡·편파 보도 △지배적 지위를 이용한 개인·기업 갑질 △직장·학교 내 따돌림·괴롭힘·차별·착취 등이 따랐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두드러졌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병역의무 위배'에 울분을 느낀다는 답변이 많았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성은 직장이나 학교 내 따돌림·괴롭힘·차별·착취, 사회적 참사, 스포츠 경기 편파 판정, 소수자 차별에 울분을 느낀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운동선수 학교폭력 등 각종 '학폭 미투'가 잇따라 발생한 영향으로 보인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방역을 방해한 개인이나 집단이 법망을 피하거나 미흡한 처벌을 받을 때' 가장 큰 울분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지도층이 거리두기 원칙을 위배할 때와 특정 개인·집단이 허위정보 제공 등 정의에 어긋나게 행동할 때, 정치권이 코로나19 정쟁화를 할 때, 코로나19 사실이 왜곡·편파 보도될 때 순으로 응답 비율이 높았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부터 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본명 정윤호) 등 연예인들이 방역수칙을 어긴 사례가 더러 적발되면서 국민 심리는 더욱 예민해졌다는 분석이다.
유명순 교수는 "올해 크게 높아진 울분 사안은 앞으로 사회적 울분을 줄이기 위해 어느 측면에서 정의·공정성을 높여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며 "개인과 사회 건강을 위한 긍정·인정·공정 역량을 키워 울분을 줄이고 예방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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