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 시장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카드를 던졌다. 선거 내내 부동산 상승을 잡는 해법으로 제시한 재건축 규제 완화가 오히려 서울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되자, 선제적으로 투기수요를 막겠다는 셈법이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서울 잠실동 등에서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는 점에 비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날뛰는 부동산 시장을 잠재울 묘수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124.22㎡는 이달 3일 30억5000만원(9층)에 팔려 30억원대를 첫 돌파했다.
리센츠 해당 면적은 지난 3월 28억70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한 뒤 한달 만에 신고가가 다시 나온 것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에는 매매가가 24억~25억원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이들 지역 중개업소 대표들은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뒤 갭투자가 차단돼 거래량이 대폭 줄었다”면서도 “똘똘한 한채에 대한 수요가 여전해 거래할 때마다 신고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규제지역인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는 지난해 18억8300만원까지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가 올해 들어 매매가가 오름세를 타며 지난달 24억3300만원에 팔려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도 지난달 22억4000만원에 매매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강남 일대는 예고된 호재가 워낙 많아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서울시가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이 집값 상승세를 잡을 수 있을지를 두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더구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피한 인접지역으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도 상당하다. 행정동으로는 잠실4동, 잠실6동이지만 법정동은 신천동이어서 규제를 피한 파크리오 아파트와 장미 아파트가 단적인 사례다.
파크리오 전용 84㎡는 올해 2월 23억1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규제구역 지정 전에는 16억~17억원 수준이었으나 지정 직후 19억원에 거래되는 등 몸값이 치솟았다. 대치동 단지들과 도로를 마주보고 있는 도곡렉슬 전용 84㎡는 지정 전 23억~24억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1월 28억9000만원에 신고가를 찍었다. 대지 지분이 작아 거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리센츠 전용 27㎡(대지 지분 13㎡)는 지난 2월 12억2000만원에 팔리며 12억원대를 넘어섰다.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피한 서초구 반포동 반포미도1차 등 재건축 추진 초기 단지들은 서울시 조치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큰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인접 지역의 신축이나 리모델링 추진 단지 등으로 수요가 옮겨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지해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재건축 호재로 집값이 오른 것이기 때문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됐다고 옆에 있는 신축을 살 가능성은 적다. 풍선효과가 크게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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