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다시 회자되는 이유는 2019년 만들어진 '면담보고서' 때문이다. 그해 5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이른바 김학의 사건 조사를 마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면담보고서를 상당 부분 왜곡한 정황이 나와서다.
지난 19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최종 결과보고서'와 '윤중천·박관천 면담보고서'는 분량이 1249쪽에 달한다. 이 보고서는 대검 진상조사단 8팀에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가 제공했다.
박 변호사는 본인 페이스북에서 일부 언론을 통해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하며 "조사팀에 참여한 저를 포함한 대부분 단원은 창피할 정도로 무책임했다"고 밝혔다.
이후 두 개 매체가 보도한 면담보고서에는 상당 부분 왜곡 또는 과장된 내용들이 담겨있었다.
박 변호사는 보도 이후 "문제는 면담보고서 왜곡 정도와 별개로 허술하고 법적 근거도 모호한 보고서 내용이 공신력 있는 기구를 통해 확인된 내용처럼 세상에 공개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누구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부풀려 기재된 부분으로는 △김 전 차관 임명 배후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 '비선 실세'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 있다는 의혹 △윤석열·윤갑근 등이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 △청와대가 경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이 꼽힌다.
박 변호사는 이에 대해 "면담보고서가 문답을 있는 그대로 정리한 게 아니라 진술 취지를 담는 형태여서 허위 여부를 판단하는 게 쉽지 않다"며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간과할 수 없는 건 전체 보고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논쟁 내용이다. 윤씨와 김 전 차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2명 진술을 두고 엇갈린 내부 의견이 고스란히 적혀있었다.
조사단은 애초에 김 전 차관 등 두 사람을 성폭력 가해자로 형사처벌하기 쉽지 않다고 봤다. 여성들이 진술한 내용 신빙성과 공소시효 문제 때문이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었다. 문제는 엇갈린 의견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데 있다.
결국 검찰은 김 전 차관을 뇌물 혐의로만 기소했고, 윤씨에게는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그리고 법원은 "피해 진술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과거와 달라진 게 없었다. 조사단이 소모적 논란만 남기고 여성들 피해 회복과 수사제도 개선에는 실패한 셈이다.
현재 수원지방검찰청에선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와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선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유출 의혹과 관련해 이규원 검사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 중 보고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검찰 수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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