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의 뒤끝 한방] 존경하는 판사님, 최성해 믿을만한 증인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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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1-04-2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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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해 전 동양대학교 총장.[사진=연합뉴스]

 

"최성해는 2019년 8월 말경 또는 같은 해 9월 초순경 전화 통화를 하던 중 정경심으로부터 1차 표창장 발급을 위임했다는 말을 듣고 딸에게 1차 표창장이 수여된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 진술했다.

최성해의 위 진술은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최성해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허위진술을 할만한 사유가 발견되지 않음으로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의 1심 재판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최성해 전 총장에 대해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을 한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를 법정 구속하면서 '피고인(정 교수)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입시 비리를 진술한 사람들이 정치적·개인적 목적을 위해 허위주장을 했다고 함으로써 법정에서 증언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진실·구체적·일관성 등 최 전 총장에 대한 1심 재판부 평가는 옳은 것일까?

'표창장 위조' 핵심 증인이었던 최 전 총장은 지난해 3월 30일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그는 표창장 위조 관련 인지 시점을 두고 재판을 진행하는 동안에만 △언론 보도를 보고 △압수수색 때문에 △직원이 물어서라며 3번 말을 바꾼다.
 

검찰 : (정 교수 딸) 조민 검찰 조사 시 표창장을 받은 경위에 관해 정 교수가 건네주면서 "총장님이 너 수고했다고 주시는 거야"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는데 혹시 증인이 이런 취지로 표창장을 수여한 적 있습니까?

최성해 전 총장(이하 최성해) : 표창장 수여하는 줄도 몰랐습니다.

검찰 : 조민에 대한 표창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입니까?

최성해 : 언론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최 전 총장이 검찰의 첫 번째 질문에서 인지한 시점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다. 당시 재판에서는 인지 시점을 두고 여러 차례 질문이 다시 등장하는데, 최 전 총장은 같은 내용을 묻는 변호인 질문에는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변호인 : 언론을 통해서 최초로 알게 되었다 맞습니까?

최성해 : 네.

(중략)

변호인 : 압수수색 나오기 전에 알지 않았습니까?

최성해 : 압수수색 나오기 전에 알았고, 그다음 그 이후에는 그 전이라고 해봤자 한 하루 이틀 상간입니다.

변호인 : 그때는 언론에 안 나왔었는데 어떤 경위를 통해서 알게 됐습니까?

최성해 : 제가 처음 봤던 것은 우리 직원이 압수수색 나왔을 때 표창장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표창장과 관련한 보도가 처음 나온 시점은 2019년 9월 3일이다. 압수수색이 진행된 시점도 같은 날이다. 변호인이 재차 물어보자 최 전 총장은 검찰이 질문할 때 나왔던 대답을 뒤집고 언론 보도 이전에 알았다고 말을 바꾼다.

그러면서 최 전 총장은 '고위직이 아닌 어떤 직원'이 표창장을 발급해준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고 증언한다.

변호사 : 그것은 압수수색 때 이야기고, 그 전에 알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직원 누구를 통해서 알았나요?

최성해 : 보고 형식도 아니고, 그냥 들었습니다.

(중략)

변호사 :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놀랐을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날 리가 없을 거 같습니다.

최성해 : 저한테 총장님 표창장 발행했느냐고 물어봅디다.

변호사 : 누가 물어봤죠?

최성해 : 직원이요.


최 전 총장 증언을 종합해보면 누군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언론 보도 이전에 동양대 직원은 표창장 발급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재판부 판단처럼 구체적이지도, 일관되지도 않을뿐더러 보도나 정 교수 전화를 통해서 처음 인지한 것도 아니란 것이다.

이런 증언은 황당한 결과로 이어진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정 교수는 2013년 6월 중순경 서울특별시 서초구 주거지에서 아들 상장을 캡처, 하단부를 오려 붙이는 형식으로 딸의 표창장을 제작했다.

핵심은 '자택에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최 전 총장 발언을 두고 보면, 검찰 조사를 받거나(2019년 9월 4일) 언론 보도 이전에 동양대 직원들이 정 교수가 집에서 만든 표창장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모순적인 결론이 나온다.

오히려 재판이 진행될 당시 최 전 총장은 '상장대장'을 언급하며 표창장이 위조됐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4년 이전 발급 현황을 어떻게 확인하느냐"고 되물었고, 최 전 총장은 "폐기됐기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답답한 변호인도 "그렇다면 현재 존재하는 상장대장이 각각 그 시기에 업무 절차에 따라 맞춰 제대로 기재됐는지 아니면 사후에 작성됐는지 어떻게 아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최 전 총장은 "사후에 별도로"라고 답변했다.

종합하면 최 전 총장은 자신이 직접 상장에 나와 있는 일련번호 등을 확인한 적이 없다.

2014년 이전 상장 대장과 관련한 자료들이 남아있지 않아 정 교수에게 직접 듣지 않았다면 최 전 총장이 알 수 없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최 전 총장은 2019년 9월 4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상장 발부 대장에 (조 후보자 딸) 이름이 없다. 상장 대장은 소각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검찰 역시 2011년부터 대장을 다 확인해 봤다"고 말했다.

본지가 확보한 최 전 총장 녹취록에는 이 발언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 등장한다. 이 녹취록은 재판에도 제출됐다.

녹취록에서 최 전 총장 최측근인 정모씨는 "상장대장을 영구히 보존해야 하는데 불로 다 태워버렸다"고 했다. 재판에 이르기까지 나온 최 전 총장 발언은 물론 주변인들 발언, 법정 증언들이 상호 모순되는 상황이다.

최 전 총장이 일관적·구체적이며,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허위진술을 할만한 사유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재판부 판단에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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