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완의 짠내일기] ⑩ 화만 잘 다스려도 월 20만원 아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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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4-2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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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트레스를 소비로 푸는 직장인들…홧김비용에 월 20만원 지출

  • 남성은 외식, 음주, 게임… 여성은 의류 쇼핑과 미용실 비용↑

  • 짠테크 전문가 "감정을 소비로만 풀어선 안돼…계속 되면 습관 될수도"

[편집자 주] 바른 소비습관이 재테크의 첫걸음입니다. '짠테크(구두쇠+재테크)'를 통한 지출 다이어트로 젊은 직장인들이 따라 할 수 있는 '푼돈' 아끼는 비법을 소개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원 수가 70만명이 넘는 재테크 관련 커뮤니티에는 자신의 낭비 습관을 되돌아보는 '재정상태 반성' 게시판이 있다. 잘못된 지출 계획과 낭비 사례를 공유하는 등 일종의 고해성사가 이뤄지는 곳이다.

이 게시판에는 지난 한 주간 자신의 '홧김 비용'을 반성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홧김 비용은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뜻하는데, 이는 충동구매와 비슷한 소비행태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로 홧김에 시킨 치킨이나 술, 평소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텐데 짜증이 나 택시를 탄 비용 등이 대표적인 홧김 비용이다.

야근을 밥 먹듯 일삼는 '프로야근러' 이근형(30)씨도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홧김비용이 늘었다고 했다. 그는 "잦은 야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야식을 즐겨먹기 시작했다. 배달앱으로 시켜 먹은 음식값만 한 달 동안 20~30만원 수준이다. '열심히 일했는데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지갑을 쉽게 열게 된다"고 털어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씨와 같은 직장인의 삶을 대변하듯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홧김비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3일 인스타그램에 '홧김비용'을 검색하자 8만원 가량의 향수부터 25만원짜리 지갑 등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을 올린 이들은 모두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구입한 물건들"이라고 글과 태그를 남겼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이런 홧김비용으로 한 달에 얼마를 소비할까. 신한은행이 발간한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보면, 홧김비용은 직장인들의 지출 중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 이상(85.5%)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별도 비용을 지출한다고 답했다.

이어 1회당 평균 홧김비용은 8만6000원, 횟수는 2.4회였으며 월평균 20만원이 넘는 돈을 오로지 업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남성은 외식·음주나 게임·스포츠 등 취미용품 쇼핑으로, 여성은 의류·잡화 쇼핑과 미용실·네일아트 등 외모 단장으로 홧김비용을 지출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짠테크 전문가는 이런 홧김비용을 조절해야 본인의 저축 목표에 빠르게 다가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살면서 한 번은 짠테크' 저자 김지은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30살이 될 때까지 1억원 모으기를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당시 연봉 2400만원 중 2000만원(매달 167만원 가량)을 저축해야 했다"며 "이때 감정에 따른 지출, 이른바 '홧김비용'을 줄이는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홧김비용을 누수에 비유하면서 "지하상가에서 산 예쁜 옷들, 내가 늦어서 탄 택시 등은 모두 누수 지출이다. 따라서 먼저 누수 지출을 줄여나가고 변동비와 고정비를 차례로 줄여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정을 소비로 풀면 습관이 된다. 하지만 소비로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감정을 소비로 푸는 이들이 많지만, 다른 것들로도 충분히 감정을 풀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지름신의 핵심은 감정이다. 기뻐서, 화나서, 우울해서 덜컥 소비부터 하지 말고 진정 '그 물건을 가지고 싶은 건지', '위로를 받고 싶은 건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봐라. 감정적 소비를 일삼았던 내가 지출 통제 능력을 갖추게 된 건 내 감정을 뜯어보면서부터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홧김비용에 대해 스스로 되물으며 소비통제를 해온 김씨는 1년 11개월 만에 6000만원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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