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결과는 매번 가입한 상품이 제공하기로 했던 속도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쳤다. 지인은 매번 고객센터에 전화했고 인터넷 속도가 회복되는지 확인한 뒤에야 게임을 즐겼다. 1기가 인터넷 서비스 상품에 가입한 서울집에선 10분이면 다운로드받을 수 있던 게임이 부모님댁에선 6시간이 넘게 걸린 적도 있다고 했다. 이처럼 유튜버 잇섭이 던진 KT의 10기가 인터넷 속도 저하논란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주변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증언이 잇따른다.
이는 허점투성이 제도 탓이다. 정부는 2002년 8월 초고속인터넷 품질보장제도(SLA)를 도입했다. 모든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 통신사들이 공지한 속도의 30~50% 수준의 최저보장속도를 약관에 규정하도록 했다. 최저보장속도 이하로 속도가 나오면 요금감면과 해약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최저 30% 수준까지 설정할 수 있는 최저보장속도의 기준 자체도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논란이 된 KT의 10기가 인터넷 요금제의 최저보장속도는 3Gbps다. 10기가 인터넷 상품에 가입한 뒤 절반에도 못 미치는 3Gbps 이하까지 속도가 떨어진 상황에서만 이동통신사에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최저보장속도 제도를 느슨하게 운영한 정부도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KT도 정부도 부랴부랴 후속대책을 마련했다. KT는 10기가 인터넷 이용자 대상으로 조사한 뒤 오류를 확인하고 즉시 수정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KT 이외에도 SKT와 LG유플러스의 인터넷 상품까지 전수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국내 현황과 해외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용약관 등 제도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 논란이 인공지능(AI)와 같은 화려한 기술부터 꺼내들고 혁신을 외치기에 앞서 기본부터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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