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비빔면 전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팔도 비빔면’이 장악하고 있는 비빔면 시장이 새로운 도전자들의 등장으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라면 업체들은 비빔면 신제품 출시와 새로운 모델을 발탁하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올해 비빔면 경쟁에 가장 먼저 뛰어든 농심의 행보가 눈에 띈다. 농심은 지난달 초 비빔면 ‘배홍동’을 내놨다.
농심은 비빔장의 핵심이 ‘매콤’과 ‘새콤’한 맛이라고 판단했다. 매운맛을 내는 재료로 홍고추, 새콤한 맛을 내는 재료로는 동치미를 선택했다. 여기에 배를 넣어 시원한 맛을 더했다.
배홍동이란 제품명은 세 가지 주재료(배·홍고추·동치미)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비빔장은 기존 제품 대비 20% 증량했다.
배홍동은 한국 대표 맛집 가이드북 ‘블루리본’의 전문 평가단 시식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며 국내 식품 가운데 최초로 블루리본 인증을 받았다.
농심은 제품 출시와 동시에 유명 개그맨 유재석을 모델로 앞세워 홍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3500여개에 달하는 배홍동비빔면 시식 후기가 올라왔다. ‘비빔장이 넉넉하고 적당히 매콤해 좋다’, ‘비빔장 비율이 예술’이라는 긍정적인 평이 주를 이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자 판매도 순항하는 모양새다.
배홍동은 출시 4주만에 700만개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해 오뚜기 ‘진비빔면’이 출시 한 달 만에 700만개를 팔아치우며 돌풍을 일으킨 것과 비교하면 심상치 않은 판매 성장세다.
오뚜기는 진비빔면으로 비빔면 시장 2위에 안착했다. 배홍동의 등장으로 시장 순위가 뒤바뀔지 주목된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인기를 얻고 있는 배홍동을 직접 먹어봤다.
먼저 하늘색 바탕에 빨간색 봉지 디자인이 눈에 확 들어왔다. ‘넉넉한 비빔장’이라는 문구가 강조됐다. 스프에 홍고추 8%, 배 1.8%가 함유됐다는 설명도 패키지 앞면에 자리 잡았다.
봉지를 열어보니 면과 비빔장, 참깨 토핑이 들어있었다. 면은 상당히 얇았고 색상은 다른 비빔면과 달리 비교적 하얀색이었다.
조리법은 간단했다. 끓는 물에 면을 넣고 3분 간 끓인 뒤 꺼내 찬물에 헹궜다. 면의 물기를 빼고 비빔장을 넣고 비볐다. 비빔장 증량으로 섞기가 쉬웠다. 마지막으로 참깨 토핑으로 마무리했다.
고소한 참기름 향이 났다. 한 젓가락 크게 집어 먹어보니 새콤달콤한 맛이 치고 들어왔다. 끝맛은 매콤한 맛이 스쳐 지나갔다.
진비빔면처럼 완전히 맵지 않고 팔도비빔면 보다 살짝 더 매운 정도의 맵기였다. 평소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들도 먹을 수 있는 정도다. 참깨 후레이크가 고소한 맛을 더해 매운맛을 잘 잡아줬다. 양도 적당했다. 제품을 다 먹기 전까지 면의 탄력도 유지돼 있었다. 배와 동치미 맛이 크게 느껴지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웠다.
작년 여름 비빔면 시장에서 팔도와 오뚜기에 밀리며 큰 활약을 하지 못했던 농심이 야심 차게 내놓은 배홍동으로 국내 라면 시장 1위의 자존심을 지켜낼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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