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의 알리바바 반독점 위반 과징금 부과를 둘러싸고 국내외 매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뜨겁다. ‘마윈 회장의 상하이 와이탄 금융서밋 정부비판 연설의 괘씸죄설’, ‘알리바바 지분의 공산당 헌납설’, ‘금융지주사 재편 및 대규모 증자로 공중분해설’, ‘마윈의 가택 구금설’ 등 근거 없는 얘기들이 인터넷 및 신문매체를 도배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알리바바 반독점 이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마윈이 중국 금융당국을 전당포 영업에 비유하며 비판한 연설은 2020년 10월이었고, 열흘 이후 앤트그룹의 홍콩과 상하이 증시 동시상장이 전면 중단되었다. 공산당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맞지만 단순히 그런 이유만으로 알리바바를 시장에서 퇴출하기에는 명분도 부족하고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어리석은 방법이다. 알리바바에 부과한 역대급 벌금의 본질은 ‘플랫폼 경제 반독점 이슈’이다. 2008년 8월부터 시행되어 온 중국의 반독점법은 전통산업의 부당한 담합,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과도한 경제적 집중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디지털 경제가 본격화되면서 다양한 인터넷 비즈니스의 독점 및 불공정 행위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부족했다. 점차 플랫폼 기업 규제에 대한 강력한 목소리가 대두되었고, 2018년부터 중국정부는 '반독점법' 수정작업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2019년 ‘독점협의 금지’, ‘시장지배적 남용행위 금지’, ‘제한 경쟁행위 제지’의 3대 반독점범 주요 임시규정을 발표했다. 그리고 2020년 1월 '반독점법 수정초안'이 발표되면서 소수 빅플랫폼 기업들의 시장지배적 남용에 대한 규제 이슈가 가시화되었다. 그해 12월에는 중국 핵심정책 어젠다를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플랫폼 반독점 이슈를 ‘2021년 8대 중요 의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그리고 금년 2월 ‘플랫폼 경제의 반독점 지침’이 발표되었다. 다시 말해,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경제 반독점 제재 방향이 단순히 빅테크 플랫폼을 단속하기 위해서인가? 중국정부 입장에서는 플랫폼 경제의 반독점 규제를 통해 실리와 명분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이른바 ‘일석사조’의 효과가 있다.
첫째, 대형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권력을 제어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한 기업 간 담합은 적발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플랫폼의 파워는 데이터에서 나오고, 그 데이터는 또 다른 사업 확장과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내는 방식이다. 알리바바를 전자상거래가 아닌 빅데이터 기업이라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중국 플랫폼 기업들이 구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른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시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알리바바가 기존 모바일 결제 및 전자상거래 영역에서 소액대출·보험 등 금융 서비스 분야로 확장하면서 금융시장의 리스크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구축한 빅데이터를 공공재로서의 기능으로 확대할 수 있는 명분도 있다. 대외적인 명분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빅데이터를 정부 내재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 정보 및 데이터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기울어진 중국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건전하게 조성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의 문어발식 확장경영은 모든 산업생태계, 이른바 ‘BAT 사단'의 합종연횡을 가속화시켰다. 그에 따른 전통산업의 역량 축소와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성장공간이 제약되었다. BAT가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막강한 파워 트랜스포메이션의 제왕으로 군림한 것이다. 특히, 알리바바는 과거 중국정부와 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도움으로 성장했고, 마윈은 모든 중국 스타트업의 희망과 우상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 플랫폼 부당 끼워팔기, 불공정 가격, 빅데이터를 활용한 바가지 씌우기 등으로 인해 알리바바 생태계에 속해 있는 중소영세기업 및 소비자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또한 핀테크의 금융 사각지대에서 막대한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한 소비자 금융사업은 서민들을 더욱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그런 과정 속에서 엄청난 부와 권력을 축적하게 되었다. 플랫폼 경제의 날카로운 반독점 칼날은 중소영세기업들과 서민들을 대변한다는 명분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는 곧 공산당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외국투자자들의 돈만 벌게 해주는 VIE(계약통제방식) 구조의 해외상장보다 중국본토 증시 상장 혹은 이미 해외에 상장된 플랫폼 기업들의 본토 회귀를 가속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중국 플랫폼 기업 대부분은 합법도 불법도 아닌 편법적인 형태인 VIE 구조로 미국 및 홍콩에 상장되어 있다. 플랫폼 경제의 반독점 규정은 VIE 구조의 플랫폼 기업 독점행위를 규제함과 동시에 자국 증시로의 회귀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넷째, 미·중 전략경쟁 장기화에 대비한 향후 대응 무기로도 활용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미국의 중국기업에 대한 제재가 더욱 강화될수록 중국도 반독점 규제 칼날을 활용해 미국기업들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모든 기업들은 플랫폼 경제의 범위에 포함된다. 인터넷 기업뿐만 아니라 과거 전통산업군이라도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한 사업확장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반독점법 역외조항을 활용해 아마존, 애플 등 미국 플랫폼 기업들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2018년 미국 퀄컴과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 간 인수·합병 때도 역외조항을 활용해 허가하지 않았다. 나아가 향후 중국은 미국의 대내외적인 압박과 글로벌 리더로서의 명분을 내세우기 위해서 점진적인 산업 및 금융 등 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확대할 것이다. 그에 따른 사전 자국시장 보호 및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을 제재할 수 있는 포석을 깔아둔 셈이다. 플랫폼 경제의 반독점 이슈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적인 핵심 어젠다로 부각했다.
알리바바 반독점 벌금 부과를 단순히 중국 공산당과 알리바바 간 대결구도로 보는 것은 신발을 신고 가려운 데를 긁는 ‘격화소양(隔靴搔癢)’ 격이다. 문제의 본질을 이해해야 중국의 속내를 알수 있다. 중국은 대내외적인 명분과 실리를 챙기며 플랫폼 경제의 반독점 칼날을 갈 것이다.
박승찬 필자 주요 이력
△중국 칭화대 경영전략박사 △주중 한국 대사관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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