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S마킷 컨설팅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라인 중단 등으로 올해 1분기 글로벌 차량 생산이 130만대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캔자스시티에 있는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은 반도체 부족으로 2월에 문을 닫았다. 그러나 5월을 앞두고서도 아직 제조 라인이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23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반도체 경색에 자동차 업체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코로나19 경기 회복이 코 앞이지만, 이익보다는 손해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 수요는 쌓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생산 대란은 올해 2분기에도 풀리기 어렵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반도체 부족은 폭스바겐의 생산량에 이미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 1분기만 해도 자동차 생산 대수는 10만 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반도체 부족이 이이지면서 2분기에는 생산량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백신 배포로 수요 회복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라 반도체 공급 부족은 더 심각해 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상황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제 자동차 업체들은 마진이 더 높은 자동차 생산 라인에 반도체를 우선 공급하는 방법도 내놓고 있다.
클로틸드 델보스 르노 부사장은 "마진이 더 높은 자동차를 우선 생산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22일 애널리스트들에게 말했다. 이미 메르세데스-벤츠는 고가 모델 생산을 이어가기 위해 반도체 사재기에 나섰다. 대신 저가형 C 클래스 세단을 생산하는 공장을 닫았다.
포르쉐에서는 반도체 부족으로 일부 고급 옵션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공지를 내놓았다. 타이어 공기압 측정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물량 공급이 12주 정도 미뤄질 수 있다고 포르쉐는 경고하기도 했다. 르노는 디지털 계가판을 다시 아날로그로 교체하기도 했다.
자동차 회사들이 특히 반도체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반도체 수요의 '변방'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더 높은 고객인 스마트폰, 비디오 게임기, 그리고 다른 가전제품 제조업자들에게 반도체 우선 확보하게 해준 탓이다. 독일 컨설팅 회사인 롤랑 베르거에 따르면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TSMC)는 자동차 제조에 필수적인 다양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몇 안 되는 회사 중 하나이지만 2020년에는 자동차 회사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3%에 불과하다. TSMC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스마트폰 업체로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때문에 반도체 부족 시 스마트폰 산업에 우선 배분권을 주는 것이다.
반도체 부족 사태는 당초 올 하반기가 되면 완화돼 상반기까지의 생산 부족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는 달리 반도체 가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자동차 업계의 손실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부족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해 텍사스 폭풍과 일본 르네사스 반도체 생산 공장 화재로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