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 취지에 맞게 중·저신용층에 대한 대출을 확대 공급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규 인터넷은행 인가 심사 시에는 중·저신용층 대출 공급계획을 살필 예정이다. 인터넷은행은 중금리대출 이행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중금리대출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현재 인터넷은행의 중금리대출 공급 규모는 크지만,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미흡한 수준이라는 판단에서다.
인터넷은행은 지난해 전채 은행권 중금리대출(1조8000억원)의 75%(1조3500억원)를 담당했다. 하지만 국내은행이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24.2%를 중·저신용층에 대출을 내줄 때, 인터넷은행은 15.6% 공급하는 데 그쳤다. 가계 신용대출 대비 중·저신용층 대출 비중은 인터넷은행(12.1%)이 국내은행(24.2%)의 절반에 불과했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의 중금리대출 취급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또 인터넷은행이 자체적으로 중·저신용층 대출 확대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현재 인터넷은행별로 관련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금융위는 전했다. 공급 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신사업 진출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지난 23일 기자들에게 중금리대출 제도 개선방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인터넷은행을 두고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넷은행은 2017년 출범한 후 3년 동안 기술적인 부분에는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켰지만, '혁신적인 방법'을 통한 중금리대출 공급은 미흡하다는 것이 정부와 시장의 냉정한 평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인터넷은행을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인터넷은행이 사잇돌대출 영업 행태를 두고선 "부끄럽다"고 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취급한 사잇돌대출은 1~3등급 고신용 차주에게 66.4%가 공급됐다. 사잇돌대출은 대출채권에 부실이 발생해도 예금보험공사가 90% 이상 지분율을 보유한 SGI서울보증이 100% 보증하는 정책 중금리 상품이다. 정부가 보증하는 것은 중저신용자에게 공급을 늘리라는 취지지만, 인터넷은행은 이마저도 관리하기 쉬운 고신용자에게 집중 취급해온 셈이다. 권 국장은 "자체 중금리상품을 개발하기보다 보증부대출(사잇돌대출)을 고신용자에게 66% 공급하는 부분은 부끄러운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국장은 인터넷은행에 대한 '법'과 '도입 취지'를 줄곧 강조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은 인터넷은행의 설립 목적(제1조)을 "금융혁신과 은행업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해 금융산업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기술' 부문에서 인터넷은행은 제 역할을 하고 있으나, 중금리대출과 같은 '질적 경쟁'은 일으키지 못했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한편 권 국장은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은행 설립과 관련해선 "아직 은행연합회에서 건의해온 바가 없다"며 "어떤 내용인지 봐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인터넷은행 설립에 대한 수요 조사를 벌였고, 해당 조사에서 상당수 지주가 100% 지분을 보유한 인터넷은행 자회사 설립을 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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