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019년부터 서울 청년들의 창업과 지역상생을 연계한 '넥스트로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넥스트로컬 사업은 청년 창업가들과 전국 각 지역을 연결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2기 사업에 참여해 최종 선발된 25개 팀은 지역 특산물과 연결한 밀키트 개발, 친환경 제품 생산 등 다양한 성과를 바탕으로 호평을 받았다.
서울시는 1, 2기 성과에 힘입어 올해 3기 사업을 시작했다. 넥스트로컬을 통해 전국 방방곡곡의 이야기, 음식, 생태환경, 관광지, 문화재 등은 살아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 넥스트로컬 2기에 참여해 지역사회 발전과 경제적 성과를 이룬 청년 창업팀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두 번째 소개할 업체는 1차 산업인 농·축산업에 4차 산업을 접목해 'AI(인공지능) 기반 한우 이상현상 감지 서비스'를 출시한 '딥팜'이다. 충남 홍성 한우농장에서 농장 환경과 소의 상태를 인공지능으로 감지해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소비자에게 환경지수와 안심지수를 제공한다. 농장주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판매 플랫폼도 구축해 지역 외 소비자에게 신선한 고기도 판매한다.
이 업체는 농업학과 공학을 전공한 대학교 룸메이트가 의기투합해 창업했다. 딥팜은 농장에 설치된 CCTV의 영상 데이터만으로 소의 상태를 분석한다. 기존에는 소에 직접 CCTV장비를 부착하거나 칸막이 마다 장비를 투입해 소에 스트레스를 주거나 비용 상승 등의 문제가 있었다. 농장에는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서버를 통하지 않고 딥팜 자체 내에서 분석이 가능하도록 서버를 구축한 것도 장점이다. 축사 내 설치된 CCTV화면은 딥팜 서버에 저장돼 AI가 스스로 판단한다.
유위 딥팜 대표는 "공학을 전공하는 저와 농업을 전공하는 대학원 룸메이트가 매일밤 서로의 전공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사업을 구상했다"면서 "농장주와 소비자들을 직접 인터뷰하면서 사업 성공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책과 논문의 지식을 실제 축산 현장에 적용하고, 농장주들이 호소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접 부딪치면서 하나씩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매우 의미있다"고 했다.
제품은 소의 이상행동 인식을 24시간 할 수 있는 기본형 서비스와 발정 인식인 '번식우 분만 인식 기능이 추가된 프리미엄 서비스 2가지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이상 행동을 비롯한 소의 상태는 실시간으로 농장주의 문자·이메일·앱 등을 통해 전달된다. 제품 한 세트로 축사 한 칸에 사육되는 소 10~16마리를 모두 식별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경쟁력이다. 이를 바탕으로 딥팜은 지난 3월 첫 제품 출시와 동시에 홍성 지역 5개 농장에 실제 제품을 설치했고, 홍성 내 IT기업 3곳을 대상으로 총판 계약도 성사 시켰다.
딥팜은 소비자를 위한 구매 플랫폼도 올 하반기 내놓을 예정이다. 소에게 편안한 축사 환경을 제공해 스트레스를 줄이면 품질이 좋은 한우고기를 생산 할 수 있고, 번식에도 도움이 된다. AI지시에 따라 농장주들은 비정상적인 소를 찾고, 사육 환경을 개선하는 방법도 터득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된 안심지수가 높은 제품은 전용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된다. 기술개발이 관리 비용을 낮추고, 소비자 구매 비용도 낮춘 선순환 사례다.
유위 대표는 "내년에는 중국으로 진출해 길림성에서의 시범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2023년께에는 한국과 중국 전역에서 생산성 향상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넥스트로컬을 통해 사업 아이디어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실제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면서 "딥팜의 초기 개발을 위한 플랫폼을 넥스트로컬이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청년들이 (서울시 지원을 통해) 창업의 우회로로 빠지지 않고 도전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