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과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렸다. 2002년 이래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오스카 시상식은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주 무대가 유니언 스테이션으로 바뀌었다. 초대 인원도 170여명으로 제한됐다.
시상식을 마친 뒤 미국영화예술아카데미는 수상자들의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 한국 배우 윤여정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윤여정은 이날 윤여정은 한국 배우로는 처음 오스카 연기상인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았고,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아시아 여성 배우가 됐다.
이어 "심지어 무지개도 7가지 색깔이 있다. (무지개처럼) 여러 색깔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고 백인과 흑인, 황인종으로 나누거나 게이와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우리는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평등한 사람이다. 저는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끌어안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 브래드 피트가 여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서 자신의 이름을 호명한 것도 언급했다. 브래드 피드는 영화 '미나리'의 제작사 플랜B의 수장으로 이번 수상에 더욱더 깊은 의미를 남겼다.
윤여정은 "그가 제 이름을 잘못 발음하지 않았다. (제 이름을 제대로 말하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며 특유의 농담을 던져 현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이어 브래드 피트와 영화를 찍는다면 어떤 분야를 택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영어도 안 되고 나이도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은 꿈꾸지도 않았다. 그것은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서 답변할 게 없다"라며 웃어보였다.
또 윤여정은 "오늘 밤 저는 다른 후보들보다 운이 너무 좋았다"며 "이것은 한국 배우에 대한 미국의 환대가 아닐까 한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윤여정의 유쾌한 입담은 할리우드 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그는 이날 시상식을 중계한 ABC 방송이 '오스카: 애프터 다크'란 이름으로 진행한 수상자 인터뷰에서도 재치 있는 답변으로 진행자를 웃게 했다.
진행자는 "그녀(극 중 할머니 순자)가 한 모든 것은 너무 진짜처럼 느껴진다. 순자라는 배역이 얼마 뒤에 독자적인 생명을 갖게 된 것처럼 느껴졌는지 궁금하다. 너무나 정직한 연기였다"라고 질문했고, 윤여정은 "아마도 내가 잘했나 보다. 당신이 믿도록"이라고 운을 뗀 뒤 "누가 알겠느냐"라고 거들었다.
진행자는 웃으며 "나는 당신이 연기를 잘한 것 이상으로 했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훌륭하게 했다"라며 그의 연기를 칭찬했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 속 순자 역할에 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대본을 먼저 받았다. 영어로 쓰여 있었는데 나는 알다시피 영어가 부족하다. 아마도 30페이지쯤, 끝까지 다 끝내기 전에 하겠다고 말했다. 이유는 내게 아주 사실적이고 진실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특별히 연기하고 싶은 것, 영화를 만들면서 특별히 다가온 순간이 있었느냐"라는 질문에는 "(영화감독) 아이작은 마음이 열린 감독이다. (극 중 순자는 아이작 감독의 할머니를 본 따 만든 캐릭터) '그녀를 모방해야 하느냐'라고 물었더니 '아니다'라며 자신만의 역할을 만들라'고 했다. 그래서 저는 자유를 얻게 됐다. 우리는 협업 했고 함께 역할을 창조했다"라고 답변했다.
남우주연상은 '더 파더'의 앤서니 홉킨스가 받았다. '양들의 침묵' 이후 두 번째 오스카 수상이다. 남우조연상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다니엘 칼루야가 받았다.
특히 이번 시상식은 지난해 감독상을 비롯해 총 4관왕의 영예를 얻었던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 부문 시상자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비대면으로 시상식에 참여, 한국의 한 극장에서 찍은 영상을 전했다. 그는 한국어로 감독상 후보에 오른 감독들을 언급한 뒤,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에게 감독상 소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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