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산고속도로 주변 토지 매매로 수억원 차익…주인공은 구청 건설교통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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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면수·태기원 기자
입력 2021-04-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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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성석동 398-19번지 부근. 고양시청 서기관 H씨 부부가 지난 2008년 매입한 이 토지에는 현재 서울-문산고속도로가 들어섰다. 사진=네이버지도

경기도 고양시청의 서기관급 공무원이 지난 2008년 고양시 성석동 일대 서울-문산고속도로 예정지를 선매입 후 국토교통부로부터 수억원대의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토지는 고양시 일산동구 성석동 398번지. 인근이 임야로 이뤄진 이 일대는 경기 북부의 한적한 전원 마을로 휴전선과 멀지 않아 한동안 개발 이슈와는 거리가 먼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지난 2008년 전후부터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개통한 서울-문산고속도로 계획이 가시화되며, 이 일대에 고속도로가 뚫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고양시청 소속 H모씨(서기관)가 아내 김모씨 명의로 이 일대 토지를 매입한 때도 이 시점이었다. 아주경제가 성석동 398번지의 등기부등본을 검토한 결과 H씨는 아내 K씨 명의로 지난 2008년 10월 24일 이 일대의 토지를 약 1억원에 매입했다. H씨 부부는 이 중 603㎡ 규모의 398-9번지 토지를 9829만9000원에 단독으로 사들였다.

주변의 398-5, 398-7, 398-8, 398-10, 398-11번지의 토지 일부도 약 1200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토지는 K씨, K씨, Y씨, P씨, S씨 등과 공동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토지들은 공동 구매자 간 분할 등기와 소유권 이전 절차를 거쳐 같은 해 11월 24일 현재 398-8번지에서 분리된 398-16, 398-17번지를 보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398-16번지, 398-17번지는 지난 2019년 7월 공동매입자 중 한 명인 K씨에게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성석동 398-19번지 일대 도면. 붉은색 선 안쪽이 서울-문산고속도로다. 사진=경기 부동산정보 조회 시스템

H씨 부부가 매입한 토지 중 단독으로 매입한 398-9번지만 서울-문산고속도로 건설 예정지로 뽑혔고 땅값이 치솟았다. 매입 당시 ㎡당 8만2600원에 불과했던 398-9번지의 공시지가는 이듬해인 2009년 31만3000원으로 3.8배나 뛰었다.

H씨 부부는 이후 2016년 398-9번지와 이 토지에서 분할된 389-19번지에 대해 국토교통부에서 토지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6년 기준 이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는 35만9900원으로 매입 당시보다 4.4배 치솟은 상태였다.

H씨 부부가 국토부에서 받은 보상금의 정확한 액수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해당 토지를 약 1억원에 매입했고 보상 시점의 공시지가가 4.4배 급등한 것을 감안할 때 보상액 규모는 최소 3~4억원대로 추정된다. 수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이다.

문제는 H씨가 토지 매입 당시 고양시 일산동구청 건설교통과장으로 재직했다는 점이다. H씨가 관련 공무원으로서 서울-문산고속도로 부지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H씨는 이후에도 고양시에서 건설·도시계획 분야 전문가로 줄곧 일해왔다. 고양시 토지정보과장, 도시균형개발과장 등을 거쳐 지난 2019년 서기관급 도시계획과장으로 승진했다. 올해 초부터는 고양도시관리공사 도시개발처에 파견 근무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도 H씨 부부의 부동산 투기 정황에 주목하고 한때 내사에 착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법률상 공소시효가 이미 끝나 수사를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패방지법 제7조에 따르면 공직자는 업무 처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자신과 제3자의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 이 법에 따른 공소시효는 7년이다.

H씨는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지난 2008년 당시 아내 명의로 398번지 일대 토지를 취득했느냐는 질문에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2008년 이전에 취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토지 매입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어 그는 토지보상 관련 질문을 이어가자 “더 이상은 확인해 줄 사항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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