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구 칼럼] 5월 문대통령 訪美의 그림자..시험대 오른 '동맹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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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입력 2021-04-2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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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구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면서 “(북·미가)하루빨리 마주 앉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틀 전만 해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3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과시했던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하게 된 배경을 알 수 없지만, 다음 달 하순 문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의 방미가 교착상태의 남북과 북·미 간 대화를 복원해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릴 계기가 될지는 미지수다.

전 세계적으로 1억5000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300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 미국은 외교와 국방을 책임진 각료를 동시에 한국과 일본에 보냈다. 또 한·일 두 나라 정상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외교에는 공짜가 없다. 미국은 자국과 자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비록 동맹이라 할지라도 가차 없다. 블링컨 국무장관이나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은 국정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다. 지난 3월 3일 백악관이 공개한 ‘잠정적 국가안보전략지침’은 중국을 미국의 유일한 경쟁국으로 규정했다. 같은 날 국무부에서 한 외교연설에서 블링컨 장관은 중국과의 관계가 21세기 최대 지정학적 시련이며, 러시아·이란과 더불어 북한을 미국의 심각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3월 25일 취임 후 첫 번째 공식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대립은 민주주의 국가와 전제주의 국가 간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은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상응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방비는 매년 증가해 올해 국방예산은 지난해보다 5.4% 늘어난 52조 8000억원으로 세계 10위 규모다. 4월 21일 관훈 토론회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힘을 통한 평화가 문재인 안보 독트린의 핵심"이라고 말했는데, 어떤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힘’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정부 당국자 누구도 명확하게 밝힌 적이 없다. 경제력을 배경으로 국방비를 계속 늘리면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해양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유럽의 국가들조차 우려를 표명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외교안보 협력 확대 방침을 천명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그런 중국의 움직임에는 애써 눈을 감고 입을 닫으려 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전후 50년간 지속한 냉전체제의 붕괴와 미국의 안보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놨다는 9·11 테러에 이어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미·중 간 대립은 국제정치 질서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동맹국과 우호국의 협력에 바탕을 둔 국제협조 노선을 전면에 내세우는 바이든 정권은 미국과 일본·호주·인도가 참가하는 4개국 협의체인 쿼드에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의 동참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정권이 파기한 이란과의 핵합의 복귀 의사를 표명한 바이든 정권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완전 철수를 결정하는 등 제한된 자원을 중국 견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해외주둔 미군의 병력태세 재검토(Global Posture Review) 작업에도 착수했다.

중국은 이런 미국의 전략에 맞서 미국이 관여를 축소하는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미국과 동맹국 사이를 벌리려고 노력할 것이다. 높은 대중국 무역의존도나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미국의 대중 견제에 전면적으로 협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주변국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고압적인 중국에 ‘노(No)’라고 말해야 할 때는 ‘No’라고 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4월 초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열리는 시기에 맞추기라도 한 듯 외교부 장관은 중국으로 날아가는 엇박자외교를 서슴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도 없고 실익도 없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시급한 외교안보 과제를 해결해주는 ‘알라딘의 램프’라도 되는 듯 집착한다.

그런 의미에서 4월 16일 미·일 정상회담 후에 발표된 공동성명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일본은 룰에 입각한 국제질서와 합치하지 않는 중국의 행동에 ‘우려’를 표명했으나 ‘위협’이라는 표현은 피했다. 중·일 국교수립 이전인 1969년의 닉슨·사토 공동성명 이후 52년 만에 타이완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필요성에 언급했지만, 양안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는 문구를 첨가해 중국을 배려했다. 센카쿠열도 주변의 해·공역에서 중국군과 해경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중·일 간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면서 타이완 문제는 이제 일본에게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공동성명에 포함된 동맹과 지역의 안보 강화를 위해 일본이 ‘스스로의 방위력을 강화할 것을 결의’했다는 부분이다. 제2차 아베정권 발족 이후 일본의 방위비는 계속 늘어 2015년부터 역대 최고액을 기록하기 시작해 2016년에는 처음으로 5조엔을 넘었는데, 미국제 최신 무기와 장비를 도입하면서 일본은 방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해왔다. 지난 3월 2+2에서의 합의대로 올해 다시 열릴 2+2에서 양국은 일본의 방위력이 중요한 대중국 억제력임을 재확인하면서 센카쿠열도와 타이완 유사시 자위대와 미군의 협력을 보다 구체화할 것이다. 또한, 일본은 2013년에 처음 제정한 국가안전보장전략을 개정해 지난 8년간의 안보환경 변화를 반영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외교안보정책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이에 입각하여 방위력의 기본운용지침인 방위계획의 대강과 향후 5년간의 구체적인 방위력 운용계획을 담은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을 개정할 가능성이 있다.

미·일 양국의 외교안보정책과 미·일동맹의 변화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성격과 역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가는 자국의 안전보장과 생존을 위해 동맹을 맺는다. 공통의 적이 있을 때 동맹은 잘 작동하지만, 위협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지 못하면 깨지기 쉽고 어느 한쪽이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거나 위험을 회피하려 할 경우에도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1년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내달 하순에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다음 정권뿐만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생존과 운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외교적 시험대가 될 것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법의 지배 등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동맹이 한국의 생존과 국익,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불가결하다면 변화하는 안보환경 속에서 한·미동맹의 공동목표는 무엇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양국이 무엇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조진구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도쿄대 법학박사(국제정치전공)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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