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기사는 영화의 결말·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그들이 직접 고른 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영화 속 한 장면과 그 안에 담긴 의미, 영화에 얽힌 일화 등을 이야기하는 꼭지다. 이번 주인공은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의 하니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감독 이환)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유미 분)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하니 분)과 함께 유산을 위해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10대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임신, 낙태 등 사회적 문제들과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을 적나라하게 담은 작품이다.
극 중 하니는 가출 청소년 주영 역을 맡았다. 주영은 우연히 만난 세진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그와 함께 유산 여정을 떠난다.
"처음 '주영'이를 접하고 납득가지 않는 게 많았어요. 제가 어른이라서 그런 걸까요? 세진과 주영은 만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모든 걸 내던질 정도로 가까워져요. 속으로 '10대 친구들은 이런 게 가능한가?'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환 감독, 출연진들과 공동 수련(워크숍)을 진행하며 배역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인물의 내면을 파고들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이 생겨났다고.
"주영이 세진의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주는 장면을 정말 좋아해요. 주영에게 있어서 어려운 선택이었거든요. 세진에게 용서를 구한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하니가 언급한 반창고 장면은 영화 말미에 등장한다. 세진과 주영은 아이를 지우기 위해 거리를 떠돈다. 돈을 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가출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고 이들은 점점 더 위험하고 어두운 길로 빠진다. 이 과정에서 세진과 주영은 재필(이환 분)과 신지(한성수 분)을 만난다. 네 사람은 순식간에 가까워지고 거리 생활을 함께한다.
재필은 세진을 돕기 위해 애쓰지만 이들의 선택은 늘 나쁜 결과를 불러오고 모험은 번번히 실패한다. 네 사람은 점점 궁지에 몰리고 결국 서로에게 폭력까지 행사하게 된다. 주영은 세진이 폭행당하는 걸 지켜보면서도 두려움에 그를 돕지 못한다.
"이 장면은 주영의 전사와도 관련이 있어요. 아이들의 전사는 시각적으로 보여주지 않거든요. 연기할 때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이)유미가 상대 역을 해주고 주영의 전사를 만들어주었어요."
학창시절 주영은 학교폭력 사고에 연루된다. 그와 어울리던 친구들이 교내서 칼부림을 일으켰고 주영은 이를 목도한다. 주영은 피해자였지만 가해자이기도 했고 끝내 오해를 풀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난다. 가정과 학교 어떤 곳에서도 어른들의 보호를 받지 못한 주영은 거리로 뛰쳐나오게 된다.
"전사를 만들고 나니 주영의 행동에 당위가 생기더라고요. 연기할 때 훨씬 편해졌죠. 주영은 세진에게 어른들에게 상처받은 자신의 모습과 세상을 떠난 친구를 본 거죠. 주영은 항상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요. 친구를 두고 도망쳤다는 것에서 비롯된 마음이죠. 제가 반창고 장면이 좋았던 건 주영이 이번에는 세진에게도 도망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주영에겐 정말 어려운 선택이었어요. 그럼에도 자리에 남았고 그에게 용서를 구했다는 게. 그 마음이 참 고맙더라고요."
주영과 세진은 서로에게 반창고 같은 존재였다. 상처를 치료할 만큼의 능력은 부족하더라도 서로 감싸 안으며 위로하고자 노력했다.
"가출 청소년을 연기하기 위해서 거리를 떠돌기도 하고 유튜브나 다큐멘터리 등을 보면서 주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영화 '디스 이즈 잉글랜드' '스위티 식스틴' '똥파리' 등이 많은 도움을 줬죠."
한편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처녀작 영화 '박화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환 감독의 신작이다. 배우 이유미, 하니가 주연을 맡았으며 관객들의 꾸준한 관심으로 지난 30일 3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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