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상속後] 1조원 규모 의료 공헌 시동...“국가가 못한 일, 부끄럽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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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05-04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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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류기업이 앞장서 국가 중앙감염병 병원 건립을 지원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나 정부와 저희는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지난 3일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들이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 등 목적으로 7000억원을 기부한 것에 대해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코로나19 중앙 예방접종센터 G동에서 열린 국립중앙의료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공의료 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건립되는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을 국가가 아닌 개인의 사회공헌에 기대야 한다는 사실에 감사와 동시에 아쉬움을 표한 것이다.

정기현 원장은 “국가는 (감염병) 위기 때마다 임기응변에만 그쳤을 뿐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투자에는 인색했다”며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에 이르는 위기에도 국격에 걸맞은 공중보건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는 고 이건희 회장의 유지에 따라 기부금을 절차에 따라 유용하게 쓰겠다고 다짐했다. 정 원장은 “기부자의 가치를 온전히 지켜 정부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대응 국가역량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3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삼성 유족과 서울대병원 간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사업 기부 약정식. (왼쪽부터) 이인용 삼성전자 CR담당 사장, 성인희 삼성 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 [사진=삼성그룹 제공]


앞서 지난달 28일 삼성가 유족들은 고 이 회장의 상속 재산 중 1조원을 의료 공헌용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1조원 가운데 감염병 극복에 70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환아(어린이 환자)에 3000억원을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감염병 극복 기부금 7000억원 가운데 5000억원은 국내 첫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쓰일 예정이다. 기부금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된 뒤 관련 기관 간 협의를 통해 활용할 예정이다.

3000억원의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사업도 시동을 걸었다. 삼성가 유족들은 3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기부 약정식을 가졌다. 기부 약정식에는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 성인희 삼성 사회공헌총괄 사장, 이인용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이 참석했다. 서울대병원은 이번 기부사업을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으로 명명하고 유족들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병원은 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을 이번 사업의 단장으로 임명했으며, 9월까지 사업 추진체계를 구축한 뒤 11월부터 1차 연도 사업을 시작한다. 향후 서울대는 물론 전국 어린이병원 의료진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두고 사업을 진행한다. 기부금은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약 1만7000여명의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에 쓰인다.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어린이 희귀질환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이건희 회장께 감사드린다”며 “이번 기부로 국내 소아암과 희귀질환 환아들을 치료하는 ‘의료 플랫폼’을 구축해 기부자의 큰 뜻을 기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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