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유가 상승은 글로벌 경제 회복으로 인한 수요 측면의 요인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다. 유가 상승의 여러 요인 중 수요 확대로 인한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6일 KDI의 '최근 유가 상승의 국내 경제 파급효과' 시나리오에 따르면 올해의 연평균 국제 유가가 60달러일 때 물가 상승률은 0.6% 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5% 포인트 상승한다. 고유가 시나리오에서 KDI는 올해 유가가 70달러까지 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유가는 물가상승률을 0.8% 포인트, 경제성장률을 0.7% 포인트 각각 끌어올린다.
수요가 원인인 현재의 유가 상승은 경제성장률도 높이는 만큼 경제주체들이 지게 되는 부담도 다소 희석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원유 수요의 증가는 경제 회복의 신호탄이며, 향후 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단계로 접어들면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더 크게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런던 ICE 거래소의 7월물 브렌트유는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전일 대비 0.12달러(0.17%) 오른 배럴당 69.08달러에서 거래됐다.
헤지펀드들의 투자 행보도 국제유가 상승 전망에 힘을 싣는다. 원유 및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각국 헤지펀드 등 투자자들이 6대 원유 선물 옵션 계약을 통해 매입한 원유는 3000만 배럴에 달하며 6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투자은행들도 국제유가 상승론을 펼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 국제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80달러로 내놓으며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가속화되고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맞아 여행을 떠나면서 전 세계 원유 수요가 5%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은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지난 2월 이미 국제유가가 연내 배럴당 100달러까지 급등할 수도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일각에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부양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진 것도 유가 상승의 요인으로 꼽았다. 대형 기관 등 거대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막고자 포트폴리오 내 원자재 비중을 확대하는 방법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2분기 물가가 낮았던 기저효과로 올해 2분기 물가상승률이 2%를 웃돌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와 더불어 2분기 물가 상승을 이끄는 품목은 농축수산물이다. 실제로 4월 물가상승률 2.3% 중 농축수산물의 기여도는 1% 포인트에 달한다. 석유류 가격 또한 물가상승률을 0.5% 포인트 끌어올렸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4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과도한 인플레이션 기대를 막기 위한 물가 안정 방안을 실시할 것"이라며 "농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5월 중 계란을 추가로 수입하고 대파와 양파도 조기출하를 독려해 가격을 조기에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다만 연간 물가상승률이 물가 안정 목표치를 넘어설 가능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작년 하반기 전망 때보다 국제유가 수준이 많이 올라온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유가만으로 물가 상승률을 설명하기는 어렵고 구체적인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경제전망에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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