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5일 어린이날, 5월8일 어버이날.
5월은 가정과 관련된 행사가 많아 가정의달이라고 불린다. 아이들, 부모 모두 행복할 법한 달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소중한 자식을 떠나보낸 달이기도 하다. 부모, 배우자를 떠나보낸 사람을 칭하는 말은 있어도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를 칭하는 말은 없을 정도로 그 아픔과 슬픔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어버이날인 지난 8일, 반포한강공원에서 故손정민 씨의 시신을 발견한 민간구조사인 차종욱 씨가 손정민 씨의 아버지인 손현 씨에게 카네이션과 선물을 전달했다. 차 구조사는 7일, 자신의 유튜브에 “정민이가 아버지께 어버이날 선물을 드려야 하는데 못드려서 국민의 이름으로 제가 대신 드리겠다”며 “시간이 되신다면 선물을 들고 나와 달라”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를 본 시민들은 선물전달식 시간인 오후 3시보다 30분 일찍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승강장 앞에 모였다.
시민들 양손에는 카네이션 다발과 선물들이 들려 있었고,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의 손에 들려 있는 고사리 손으로 작성한 편지도 눈에 띄었다. 2시50분쯤 아버지인 손현 씨는 선물 전달식 현장에 도착하자 아들이 시신이 발견됐던 인근에 놓여 있는 꽃다발과 시민들이 메모지에 써놓은 편지를 보며 이를 기억하기 위해 자신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후 차종욱 구조사와 손씨는 서로 맞절을 하고 감사를 표했다. 차씨는 준비해온 카네이션과 편지를 손씨에게 건넸고, 손씨는 검정색 쇼핑백에 담은 선물을 아들을 발견한 손 씨에게 전달했다. 손씨는 차 구조사의 손을 맞잡고 “고맙다. 선생민이 아니었다면 아직까지도 (아들이) 물속에 있었을 것”이라며, “너무나 고맙다. 선물을 꼭 잃어버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차씨는 “전 국민을 대신해서 위로의 말씀 전달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아버지인 손현 씨는 아이들이 손정민 씨에게 “정민아, 너에게 서운한 게 한가지 있었다. 너에게 카네이션을 받아본 게 일생에 한 번 정도밖에 없는 것 같아 왜냐면 우리는 매번 주고받는 것 없이 이벤트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그래도 아빠는 조금 서운했어. 그런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주시네. 카네이션 같은 거 안 줘도 되니까 한 번만 좀 안아봤으면 좋겠구나. 너는 카네이션도 못 받아보잖아. 이 바보야”라고 말을 하자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이어 손씨는 “10일 동안 정민이가 관심을 받게 되고 국민들이 정민이를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우리 가족의 불행에 대해 모두 본인 일처럼 애통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정민이의 입수원인을 밝히는 것이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물증정식 이후에는 시민들이 직접 손씨에게 선물을 줬다. 한 시민이 정민 씨의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 선물을 했는데, 이를 본 아버지 손씨는 “정말 좋아하는 사진”이라며 눈물을 흘리면서 “정민아 네 사진을 이렇게 보고 그려주시는 분들이 있을지 몰랐지? 정말 잘 간직하겠다”라고 말하며 감사를 표했다.
이에 손씨를 둘러싼 시민들은 “힘내시라”며 응원을 보냈다. 증정식이 끝난 이후에도 발걸음을 떼지 못한 시민들은 아버지가 받은 선물을 대신 들어주며 그가 집으로 가는 길을 뒤에서 함께 걸으며 반포한강공원 게이트 입구까지 배웅했다.
늦게 온 시민들은 그가 가는 뒷모습을 보고 뛰어 오며 선물을 전달하고 위로를 건넸다. 그의 두손은 가득했지만 홀로 가는 뒷 모습이 왠지 모르게 씁쓸하게 느껴졌다.
아버지는 손씨가 간 이후에는 아들 손정민 씨를 발견한 민간구조사 차종욱 씨와 구조견 오투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그의 명령에 따라 앞으로 가고, 뒤로 가고, 공을 가지고 오는 오투의 훈련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줬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4년 동안 훈련을 시켰는데, 이렇게 훈련할 때까지 오해도 많이 받고 피나는 훈련을 했다”며 “시신 발견 당시에 시신이 코앞까지 떠내려 왔는데 구분이 안 돼서 구조견을 풀었고, 구조견이 쏜살 같이 달려가서 구조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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