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부는 4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26만6000명 늘었다고 밝혔다. 주요 금융시관의 전망은 100만명 전후였다. PNC 파이낸셜 서비스의 거스 파우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4월 고용 보고서는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실업수당 확대 등으로 일자리를 채울 인력을 찾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었다기 보다는, 감염병 확산이 완전히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시장이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제프리스의 이코노미스트들 역시 일자리 증가폭이 크게 밑돈 것은 임금 인상에 대한 압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백신 배포 확산으로 일자리가 빨리 늘어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경기 회복으로 가는 길이 여전히 쉽지 않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다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장 금리 인상이나 자산 매입 프로그램 축소에 나설 가능성은 줄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같은 '충격적인' 고용지표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을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생각대로 일시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CE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우리가 곧 보게 될 더 강력해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확신하고 있지 않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CE는 "물가뿐만 아니라 임금의 상승 압력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임금-물가 상승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원 인플레이션 역시 앞으로 몇 년간 연준의 목표치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연준의 궁극적 목표는 완전고용이기 때문에 금리인상 시점은 연준의 약속대로 2023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몇 개월간 월가의 투자자들을 가장 초조하게 만든 것이 바로 물가상승이었다."고 9일 지적했다. 블랙록의 진 보이빈 투자연구소장은 "가까운 시점에서 분명한 수요가 발생할 것이며, 이것이 물가상승을 만들 것이다."리고 지적했다.
FT는 "4월 고용지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상승은 여전히 가장 우려스러운 변수 중 하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의지를 시험할 만큼 강력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고 강조했다.
경제 지표의 개선으로 시장은 물가상승을 향해 빨리 움직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의 헨리 올슨 칼럼니스트는 "바이든 정권이 물가상승 우려를 축소하는 면이 있지만, 그것을 믿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물가상승 위험이 실재하고 있으며, 과장되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실제 원자재 가격은 무섭도록 뛰고 있다. 7일 기준 런던금속거래소에서 3개월물 구리 가격은 톤당 1만361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경기회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구리 생산량이 가장 많은 칠레에서 생산 차질마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철광석의 현물 가격 역시 톤당 250달러를 넘으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국제 유가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최근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60달러대 후반 전후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해 작년 4월과 비교했을 때 거의 3배 이상 오른 것이다.
국제 밀 가격 기준인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밀 선물 가격을 비롯해, 대두 선물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물가급등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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