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지표는 개선됐지만… 질적인 면은 여전히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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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21-05-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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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정 투입 일자리, 지표는 개선하지만 체감도 낮아

  • 금통위원 "공공일자리, 민간으로의 이동 준비 역할 미흡" 지적

  • 기재부, 6월 하경정에 고용 관련 전망 및 정책 반영

서울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의 구인 게시판 모습.[연합뉴스]


지난 3월 취업자 수는 작년 대비 31만4000명 증가한 2692만명으로 집계됐다. 4월 고용 또한 작년 대비 상승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난해 4월 취업자가 전년 대비 47만6000명 줄어든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되고 정부의 일자리에 대한 재정 투입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계가 개선되는 것과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는 고용 경기는 차이가 크다. 단기 일자리가 아닌, 지속적인 소득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는 여전히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3월 고용동향을 보면 15세 이상 고용률은 작년 동월 대비 0.3% 포인트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도 0.3% 포인트 상승한 65.7%였다.

그러나 연령별로 보면 30대와 40대의 고용률은 작년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고용률은 74.6%로 0.8% 포인트, 40대 고용률은 76.9%로 0.4% 포인트 감소했다. 취업자 수도 60세 이상 고령층이 40만8000명 증가해 취업자 증가세를 주도했으나 30대는 17만명, 40대는 8만5000명이 감소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 투입을 하면 단기일자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취업자 수는 개선될 수 있다"며 "하지만 국민들이 생각하는 안정적인 소득이 나오는 양질의 일자리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경제여건이 좋아지면 고용도 시차를 두고 좋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산업과 직종별로 속도가 다르다"며 "임시·일용직은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지만 상용직은 경기 회복의 시그널이 명확해질 때 고용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수출 증가는 취업자에는 영향을 덜 미치기 때문에 서비스업 부진이 회복돼야 고용도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업종별 성장률은 △제조업 2.8% △농림어업 6.5% △서비스업 0.8% △건설업 0.4% △전기가스수도업 6.2% 등으로 집계됐다. 

또한 서비스업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고용이 완전히 회복된다는 보장도 없다. 성 교수는 "코로나가 오기 전에도 대면 소비와 관련된 업종은 노동 비용 충격에 직면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자영업의 경우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만3000명 증가했지만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9만 4000명(6.7%) 줄어들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8개월 연속 줄어들었으며, 이는 월 단위로 취업자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2년 7월 이후 최장 기간이다. 고용원이 없는 '나홀로 사장님'도 26개월 연속 늘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정부의 공공일자리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한은이 공개한 금통위 회의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3월 취업자 수가 31만명 증가로 전환했으나 임시 일용직과 공공 일자리 중심으로 증가하는 등 내용 면에서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부진은 대면 서비스업과 청장년 계층에 집중됐는데, 공공일자리 정책은 고령층 중심의 임시 일자리 위주로 만들어졌다"고 비판했으며 "고령층과 임시직 위주로 일자리가 공급돼 향후 민간 일자리로의 이동을 준비하는 역할인 공공일자리 본연의 기능도 미흡하다"고 질타했다.

공식 실업률에 잡히지 않는 청년 실업자를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공식 실업률과 청년층 확장실업률 사이의 격차는 2018년 13.3% 포인트에서 올해는 17.2% 포인트로 확대됐다. 확장실업률에는 36시간 미만으로 일하며 추가취업을 희망하는 사람, 잠재적으로 취업이나 구직이 가능한 잠재경제활동인구를 모두 포함한다. 그래서 확장실업률을 체감실업률로 부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예정처는 정부의 고용대책이 확장실업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유근식 예정처 경제분석관은 "코로나19 이후 청년들이 체감하는 실업률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며 "정부는 공식실업률과 확장실업률 간 격차 확대 원인을 세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용 타격이 특정 계층에 집중됐으며, 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의 양극화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KDI와 한은은 코로나19가 이전의 경제침체와는 달리 기혼 여성에 고용 타격을 집중시켰고 진단했다. 개학이 미뤄지면서 돌봄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늘었다. 

한은은 '코로나19와 여성고용 팬데믹 vs 일반적인 경기침체 비교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단기적인 충격을 받은 여성고용이 향후 자동화로 대체되면서 팬데믹 이전의 고용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획재정부는 고용상황에 대한 각종 논의를 오는 6월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반영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용 상황을 보면 위기를 겪었던 업종이 차오르는 부분과 위기 이후 구조적 변화가 이뤄지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게 동시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용 상황이 회복될 때 국민들이 선호하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생길 수 있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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