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야당이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노형욱 국토교통부·박준영 해양수산부·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결격 사유는 아니다’는 기류가 강해 여야 간 강경대치가 불가피해졌다. 임명을 강행할 경우,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의 수는 모두 32명으로 늘어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장관 후보자 3인의 거취와 관련, “국회의 논의까지 지켜보고 종합해서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후보자는 아파트 관사 재테크, 박 후보자는 배우자의 도자기 밀수 및 불법 판매 의혹, 임 후보자는 논문 표절 및 가족 동반 해외 출장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발탁의 취지와 이 분야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능력 그리고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흠결을 함께 저울질해서 우리가 발탁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에둘러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고 능력 검증 위주로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편하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결격 사유는 아니란 의견이 많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상임위원들은 장관 후보자 3명이 결격 사유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 중론”이라며 “대통령이 얘기한 인선의 어려움과 국민의 시각을 감안하고 상임위원들의 의견을 들어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부적격 장관 3인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과 인식은 국민의 눈과 귀를 의심케 했다”며 “모두 능력있고 발탁 이유가 있다는 것인데, 결국 국회 청문회 결과나 야당 의견과는 관계없이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국회 청문절차는 임명 강행을 위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다. 수의 논리 외에 다른 대책이 없다면 이는 정치의 실패를 청와대와 여당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관 후보자 3인뿐만 아니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과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임명 강행을 막을 수 없는 국민의힘이 두 후보자 문제와 연계, 여론전을 펼쳐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인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이 말씀은 청문회 결과와 관계없이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것”이라며 “청문보고서 채택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근거도 없이 유능한 후보자의 발목을 잡는 행태”라며 “자당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다른 사안과 연계시키는 것을 국민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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