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수급에 자신감을 보였던 정부가 미국과 '백신 론(Loan·대여)'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한·미 백신 스와프(Swap·교환)' 협의를 언급한 적은 있지만, 플랜 B로 '백신 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정부는 백신 공급 부족 논란에 대해 국민 모두가 1.9번씩 맞을 분량의 백신을 이미 확보했다며, 이스라엘과 미국이 제공 의사를 밝힌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백신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럼에도 상반기 도입 물량 부족으로 이달과 내달 백신 접종에 차질이 빚어지자, 미국 측과 황급히 백신 도입 시기 조율에 나선 셈이다.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부랴부랴 '백신 론' 꺼낸 정부
정부 관계자는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미 정부 간 이미 도입이 확정된 백신 물량에 대해 도입 시기를 조절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백신 스와프와 백신 론을 거론했다. 이 관계자는 "백신 스와프는 어느 나라든 상호간에 필요한 쪽이 먼저 가져다 쓰고 돌려주는 방식이며, 론은 말 그대로 백신을 빌린 다음에 백신으로 되갚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지난 3월 '백신 론' 방식으로 AZ 백신을 빌려준 바 있다. 당초 사용하지 않는 백신을 폐기해야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이 조항을 해제하고 일부 국가에 백신을 대여해 준 것이다. 미국이 이달 추가로 묶여 있던 백신 물량을 일부 해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정부도 백신 론으로 공급받는 방안으로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백신 스와프와 백신 론은 오는 21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실시된다. 국내 도입을 확정 지은 물량에 대해 한·미 양국 정부가 백신 스와프 또는 론의 방식으로 도입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화이자사가 만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한·미동맹을 상징할 수 있는 가장 가시적인 성과가 백신동맹이기 때문에 빈손으로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사될 경우 멕시코와 캐나다가 론으로 받은 AZ 백신 이외에 화이자 백신으로도 공급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정부는 미국 제약사인 AZ, 화이자와 개별 계약을 통해 상반기 내에 각각 723만회분, 500만회분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반기 중에도 화이자로부터 5900만회분 등을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이미 계약서에 사인을 했어도 실제 비행기에 실려야 확보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회담 이후 공급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수급 선택지 넓힌 정부··· '대중 견제' 내다본 포석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거론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 견제용 연합체인 쿼드(미·일·호주·인도) 가입 압박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만큼 백신 문제가 정치적 이슈와 결부될 수밖에 없어서다. 미국이 백신 제공 대가로 쿼드 지원을 요구할 경우, 한·미 동맹은 물론 백신 외교까지 놓칠 수 있다. 쿼드 가입을 무기로 백신 공급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 등을 고려해 맞교환 개념이 아닌 '대여' 개념까지 선택지를 넓히는 계산을 한 셈이다.
이와 관련,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는 10일(현지시간) 화상 특파원 간담회에서 "대사관에서는 백악관과 국무부 인사를 접촉해 6월 전 백신을 공급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백신의 유효기간이 길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백신 공급에 호의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한·미 간 백신 스와프가 성사될 경우, 한국이 백신에 대한 대가로 백신 관련 의료용품을 미국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정부가 백신 스와프를 전제로 반도체 동맹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긍정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글로벌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백신으로 갚든, 국내에서 생산 중인 최소잔여형 주사기(LDS) 등으로 갚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미국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도 백신 외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날 오전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를 방문한 아미르 페레츠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장관과 만나 국내에 백신을 공급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계약한 AZ 백신 1000만회 분을 다른 국가에 되파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초 정 장관과 가비 아슈케나지 외교부 장관은 12일 한·이스라엘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충돌이 벌어지면서 회담이 취소됐다.
한편, 국민의힘은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자체 대표단으로 12일 박진·최형두 의원을 미국에 파견한다. 두 의원은 미국에 1주일가량 머물며 초청기관인 윌슨센터 등 싱크탱크와 미국 정부 및 의회 관계자들과 만나 백신 스와프를 비롯한 양국의 백신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우리의 유일한 동맹이자, 자유무역협정의 파트너이며, 백신 기술 종주국인 미국과의 긴밀한 한·미 백신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백신 공급 부족 논란에 대해 국민 모두가 1.9번씩 맞을 분량의 백신을 이미 확보했다며, 이스라엘과 미국이 제공 의사를 밝힌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백신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럼에도 상반기 도입 물량 부족으로 이달과 내달 백신 접종에 차질이 빚어지자, 미국 측과 황급히 백신 도입 시기 조율에 나선 셈이다.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부랴부랴 '백신 론' 꺼낸 정부
실제 미국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지난 3월 '백신 론' 방식으로 AZ 백신을 빌려준 바 있다. 당초 사용하지 않는 백신을 폐기해야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이 조항을 해제하고 일부 국가에 백신을 대여해 준 것이다. 미국이 이달 추가로 묶여 있던 백신 물량을 일부 해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정부도 백신 론으로 공급받는 방안으로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백신 스와프와 백신 론은 오는 21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실시된다. 국내 도입을 확정 지은 물량에 대해 한·미 양국 정부가 백신 스와프 또는 론의 방식으로 도입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화이자사가 만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한·미동맹을 상징할 수 있는 가장 가시적인 성과가 백신동맹이기 때문에 빈손으로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사될 경우 멕시코와 캐나다가 론으로 받은 AZ 백신 이외에 화이자 백신으로도 공급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정부는 미국 제약사인 AZ, 화이자와 개별 계약을 통해 상반기 내에 각각 723만회분, 500만회분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반기 중에도 화이자로부터 5900만회분 등을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이미 계약서에 사인을 했어도 실제 비행기에 실려야 확보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회담 이후 공급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수급 선택지 넓힌 정부··· '대중 견제' 내다본 포석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거론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 견제용 연합체인 쿼드(미·일·호주·인도) 가입 압박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만큼 백신 문제가 정치적 이슈와 결부될 수밖에 없어서다. 미국이 백신 제공 대가로 쿼드 지원을 요구할 경우, 한·미 동맹은 물론 백신 외교까지 놓칠 수 있다. 쿼드 가입을 무기로 백신 공급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 등을 고려해 맞교환 개념이 아닌 '대여' 개념까지 선택지를 넓히는 계산을 한 셈이다.
이와 관련,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는 10일(현지시간) 화상 특파원 간담회에서 "대사관에서는 백악관과 국무부 인사를 접촉해 6월 전 백신을 공급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백신의 유효기간이 길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백신 공급에 호의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한·미 간 백신 스와프가 성사될 경우, 한국이 백신에 대한 대가로 백신 관련 의료용품을 미국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정부가 백신 스와프를 전제로 반도체 동맹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긍정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글로벌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백신으로 갚든, 국내에서 생산 중인 최소잔여형 주사기(LDS) 등으로 갚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미국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도 백신 외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날 오전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를 방문한 아미르 페레츠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장관과 만나 국내에 백신을 공급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계약한 AZ 백신 1000만회 분을 다른 국가에 되파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초 정 장관과 가비 아슈케나지 외교부 장관은 12일 한·이스라엘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충돌이 벌어지면서 회담이 취소됐다.
한편, 국민의힘은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자체 대표단으로 12일 박진·최형두 의원을 미국에 파견한다. 두 의원은 미국에 1주일가량 머물며 초청기관인 윌슨센터 등 싱크탱크와 미국 정부 및 의회 관계자들과 만나 백신 스와프를 비롯한 양국의 백신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우리의 유일한 동맹이자, 자유무역협정의 파트너이며, 백신 기술 종주국인 미국과의 긴밀한 한·미 백신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