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서는 건설업의 특성상 실질적으로 ESG 경영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SG 경영이 지속가능해지기 위해서는 기업 체질이 완전히 바뀌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지 여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ESG 경영이 지속하려면 고객·국민과의 관계, 환경에 대한 접근 등 기업의 경영 모토가 바뀌어야 한다. 시간 걸리더라도 매출·영업이익에 도움이 되면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겠지만, 건설업에서의 영향은 아직 미지수인 상태"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도 ESG 경영에 대해 난감한 기색이다. ESG에 대한 시대적인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업종 특성상 개발사업을 떼놓을 수 없어 ESG를 경영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고 평가 기준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건설업에서의 ESG 경영 정착을 위해서는 산자부의 'K-ESG 지표' 등 국가적 기준을 통해 ESG 경영을 잘 실행하는 기업을 선별,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이 기준이 또 다른 규제가 돼서 기업의 자율성을 해치면 안 된다는 조언이 함께 나온다.
이홍일 건산연 연구위원은 "세제 혜택이나 가점을 주는 형태로 ESG 경영을 촉진하는 부분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공공사업에서 빠졌을 때 그 기준이 오히려 허들로 작용해 수익 창출이 아닌 비용 지출의 형태로 가게 된다면 악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K-ESG 지표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B건설사 관계자는 "한국식 평가제도가 필요하다. ESG 경영을 하는 기업에 한해 인센티브를 많이 주면 지금처럼 보여주기식이 아닌 제대로 하는 기업이 많이 생기면서 문화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C건설사 관계자는 "ESG라는 용어만 새로 나왔을 뿐이지 기업들은 수십 년 동안 다양한 ESG 관련 경영을 해왔다"면서 "기업에서 하는 사업에 대해 나라가 기준을 만들어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또한 환경 파괴적인 성격이 강한 건설업의 특성에 맞춰 세분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사뿐 아니라 하위 공정을 도맡는 협력사 입장에서는 ESG 경영을 주도적으로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유병권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은 "건축물을 지을 때 토목·배관·방수·페인트칠 등 다양한 전문건설업체들이 하청을 받아 공사를 진행한다. 이들에게 ESG 경영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협회·조합·연구기관 등에서 이들이 갖춰야 할 기준을 제시하는 방안도 고심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ESG는 2006년 제정한 'UN 책임투자원칙'을 통해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기업의 장기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비재무적 측면에서 측정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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