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23)가 대회장에 살포시 내려앉은 안개처럼 차분하게 선두에 올랐다.
2021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우승 상금 1억2600만원) 둘째 날 경기가 15일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수원 골프장(파72·6554야드)에서 열렸다.
둘째 날 결과 박민지는 버디 8개,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적어냈다. 중간 합계 11언더파 133타로 2위 그룹(10언더파 134타)을 형성한 안나린(25)과 이다연(24)을 1타 차로 누르고 순위표 맨 윗줄에 이름을 올렸다.
대회장은 이른 오전부터 내린 비와 골프장에 걸친 안개로 습도는 높았지만, 차분했다. 박민지에게는 우승 기분을 누르고, 다승으로 향할 만한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
10번홀(파4)에서 출발한 박민지는 11번홀(파5) 버디를 시작으로 13번홀(파3)과 14번홀(파4) 두 홀 연속 버디를 일구었다. 16번홀(파3) 보기를 범했지만, 18번홀(파4) 버디로 만회했다.
전반 9홀에서 3타를 줄인 박민지는 1번홀(파4)로 들어섰다. 3번홀(파3)과 4번홀(파5) 두 번째 두 홀 연속 버디에 이어 8번홀(파5)과 마지막 홀인 9번홀(파4) 세 번째 두 홀 연속 버디로 하루를 마쳤다.
경기 후 야외 공동 취재구역에 선 박민지는 "김해(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에서 우승하고, 영암(크리스 F&C 제43회 KLPGA 챔피언십)에서는 거만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우승 당시의 기쁨을 씻어냈다. 우승했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지금 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18홀을 돌고 나니 말하기가 힘들 정도다. 고기를 먹고 푹 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선두에 오른 박민지는 마지막 날 생애 첫 다승을 노린다. 투어 통산 5승이지만,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매년 1회씩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다승이 없었던 그에게는 '1승만 하는 선수'라는 오명이 끼어있다. 그런 그가 마지막 날 예보된 비와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오명을 씻을지가 관심사다.
박민지의 다승을 막아설 선수는 이날 7타를 줄인 안나린과 6타를 줄인 이다연이다. 지난해 2승을 쌓은 안나린은 통산 3승을 노린다.
이다연은 2019년의 영광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당시 그는 한 해에 3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투어 통산 6승이다.
최근 마지막 날을 앞두고 기자회견장에 자주 모습을 비추었던 이다연은 이날 공동 취재구역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다연은 "비가 왔다. 그린이 잘 받아주었다. 두 번째 샷 공략하기 좋았다. 그린이 젖어 있어서 퍼트도 자신 있게 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지막 날 비가 온다고 예보돼 있다. 정신없이 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둘째 날 결과 컷은 1언더파로 설정됐다. 마지막 날 출전을 확정 지은 선수는 총 67명이다.
최혜진(22)은 구사일생으로 컷을 통과했다. 18번홀 6.2야드(5.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낚으며 1언더파로 컷에 턱을 걸었다.
한편, 초청 선수로 출전한 유현주(27)는 이날 2타를 줄이며 3오버파 147타로 전날 밤 119위에서 20계단 상승한 공동 99위에 안착했지만, 컷 탈락은 피할 수 없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