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미(對美) 공공외교가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유일한 동맹국이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는 대북(對北)제재 문제와 미·중 갈등 등으로 여러 차례 잡음을 빚어왔다. 한·미 관계 엇박자에 더해 국내 여러 정치 요소가 대미 공공외교의 발목을 잡은 사례도 있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미 공공외교를 펼쳤지만, 대상을 잘못 설정해 당초 세워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등 우왕좌왕하며 표류하는 모양새다. 뚜렷한 방향성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상황이 한국 대미 공공외교의 현 주소인 셈이다.
◆對美 공공외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16일 외교가에 따르면 외교부 산하기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공공외교의 한 축을 담당, 대미 공공외교를 펼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미 공공외교의 한계는 조 바이든 미국 신(新) 행정부 출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국정감사 결과 정부가 그간 미국에 지출한 거액의 로비자금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었던 정황이 확인됐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4년간 대미 로비에만 7100만 달러(약 832억원)의 혈세가 쓰였지만, 이 같은 거액은 미국의 대한(對韓) 인식을 좋게 하거나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 정책을 수용하도록 하는 데 영향력이 미미한 업체들로 향했다.
특히 한국 정부는 '토마스 캐피털 파트너스(TCP)'라는 업체와 가장 큰 금액으로 장기간 계약했지만, TCP에는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시 후보 캠프 어느 곳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TCP가 후원한 미 의회 지도자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동의하지 않는 의원도 다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가에서는 대미 공공외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이같이 미흡한 대미 공공외교마저도 국내 정치적 상황에 발목을 잡혔다. 2018년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 관련 싱크탱크 '존스홉킨스대 부설 한미연구소'는 설립 12년 만에 문을 닫았는데, 이는 국책기관 대외경제연구소가 '구재회 당시 소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20억원의 예산을 끊겠다'고 통보한 결과로 알려졌다.
2006년 200억원을 들여 워싱턴에 설립한 유일한 한반도 전문 싱크탱크가 국내 정치권의 인적청산 개입 논란 끝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셈이다.
이호철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발생한, 공공외교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정치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文정부, '한·미 잡음' 지속··· 공공외교 악영향
대미 공공외교 부진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거듭 빚어진 한·미 동맹 잡음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7년 5월 출범 직후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미국과 엇박자를 보였다.
우원식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직을 수행한 지 하루 만에 '사드반환론'을 꺼내들었고, 박근혜 정부의 사드 도입 과정에서 보고가 누락됐다는 의혹까지 뒤따르며 한·미 관계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 잇달아 발생했다.
문정인 당시 통일외교안보 대통령 특보는 "사드 때문에 한·미 동맹이 깨지면 그게 동맹이냐"고 발언, 불난 집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한·미 정부는 대북정책을 두고도 각각 '대북제재 완화'와 '대북압박 강화'를 주장, 입장 차를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대북관계에만 집중, 미국 정부와 불필요한 불협화음을 만든다는 비판이 팽배했다.
미국 역시 문재인 정부 기조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는데,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2018년 한국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인 '5·24 조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리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못 박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후 한·미는 제10·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체결 과정에서도 난항을 겪었다. 11차 SMA 협상은 급기야 협상 공백 사태가 발생, 주한미군 내 한국 근로자들의 무급휴직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한국은 현재 진행 중인 주요 2개국(G2, 미·중) 경쟁 속에서도 동맹인 미국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인 중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한·미 간 거리감을 넓히고 있다.
특히 정부는 미국 주도의 '반중(反中) 협의체'로 알려진 '쿼드(Quad)' 가입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강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쿼드 가입 의사를 묻는 말에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그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변,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휘말렸다.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 역시 비슷한 시기에 "70년 전 미국을 선택했다고 앞으로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폭탄 발언을 내놔 미 국무부의 반발을 샀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공외교라는 게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기는 힘들다"며 "대미 외교에 있어서는 올해 가을쯤 KF의 워싱턴 사무소를 확대해 '한미미래센터'를 출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 21일 회담··· 대미외교 '분수령'
외교가에서는 오는 21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따라 대미 공공외교 역시 분수령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첫 대면 회담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및 반도체와 배터리 등 신기술 관련 양국 협력을 가속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미국과 '백신 스와프' 등 '백신 동맹'에 합의하고, 한국을 '코로나19 백신 허브국'으로 지정하는 구상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백신 허브와 관련, 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국내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백신을 국내에서 위탁 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삼성·SK·LG그룹의 국내 반도체·배터리 사업 주요 경영진들이 이번 회담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해당 기업들의 대미 투자 등 한·미 간 경제협력 성과도 주목받는다.
아울러 한국이 그간 중국 눈치를 보며 참여에 거리를 둬온 쿼드에 부분 참여하는 방안을 양국 정상이 협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른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미 공공외교를 펼쳤지만, 대상을 잘못 설정해 당초 세워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등 우왕좌왕하며 표류하는 모양새다. 뚜렷한 방향성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상황이 한국 대미 공공외교의 현 주소인 셈이다.
16일 외교가에 따르면 외교부 산하기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공공외교의 한 축을 담당, 대미 공공외교를 펼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미 공공외교의 한계는 조 바이든 미국 신(新) 행정부 출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국정감사 결과 정부가 그간 미국에 지출한 거액의 로비자금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었던 정황이 확인됐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4년간 대미 로비에만 7100만 달러(약 832억원)의 혈세가 쓰였지만, 이 같은 거액은 미국의 대한(對韓) 인식을 좋게 하거나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 정책을 수용하도록 하는 데 영향력이 미미한 업체들로 향했다.
특히 한국 정부는 '토마스 캐피털 파트너스(TCP)'라는 업체와 가장 큰 금액으로 장기간 계약했지만, TCP에는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시 후보 캠프 어느 곳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TCP가 후원한 미 의회 지도자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동의하지 않는 의원도 다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가에서는 대미 공공외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이같이 미흡한 대미 공공외교마저도 국내 정치적 상황에 발목을 잡혔다. 2018년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 관련 싱크탱크 '존스홉킨스대 부설 한미연구소'는 설립 12년 만에 문을 닫았는데, 이는 국책기관 대외경제연구소가 '구재회 당시 소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20억원의 예산을 끊겠다'고 통보한 결과로 알려졌다.
2006년 200억원을 들여 워싱턴에 설립한 유일한 한반도 전문 싱크탱크가 국내 정치권의 인적청산 개입 논란 끝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셈이다.
이호철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발생한, 공공외교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정치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대미 공공외교 부진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거듭 빚어진 한·미 동맹 잡음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7년 5월 출범 직후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미국과 엇박자를 보였다.
우원식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직을 수행한 지 하루 만에 '사드반환론'을 꺼내들었고, 박근혜 정부의 사드 도입 과정에서 보고가 누락됐다는 의혹까지 뒤따르며 한·미 관계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 잇달아 발생했다.
문정인 당시 통일외교안보 대통령 특보는 "사드 때문에 한·미 동맹이 깨지면 그게 동맹이냐"고 발언, 불난 집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한·미 정부는 대북정책을 두고도 각각 '대북제재 완화'와 '대북압박 강화'를 주장, 입장 차를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대북관계에만 집중, 미국 정부와 불필요한 불협화음을 만든다는 비판이 팽배했다.
미국 역시 문재인 정부 기조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는데,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2018년 한국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인 '5·24 조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리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못 박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후 한·미는 제10·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체결 과정에서도 난항을 겪었다. 11차 SMA 협상은 급기야 협상 공백 사태가 발생, 주한미군 내 한국 근로자들의 무급휴직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한국은 현재 진행 중인 주요 2개국(G2, 미·중) 경쟁 속에서도 동맹인 미국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인 중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한·미 간 거리감을 넓히고 있다.
특히 정부는 미국 주도의 '반중(反中) 협의체'로 알려진 '쿼드(Quad)' 가입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강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쿼드 가입 의사를 묻는 말에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그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변,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휘말렸다.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 역시 비슷한 시기에 "70년 전 미국을 선택했다고 앞으로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폭탄 발언을 내놔 미 국무부의 반발을 샀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공외교라는 게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기는 힘들다"며 "대미 외교에 있어서는 올해 가을쯤 KF의 워싱턴 사무소를 확대해 '한미미래센터'를 출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오는 21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따라 대미 공공외교 역시 분수령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첫 대면 회담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및 반도체와 배터리 등 신기술 관련 양국 협력을 가속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미국과 '백신 스와프' 등 '백신 동맹'에 합의하고, 한국을 '코로나19 백신 허브국'으로 지정하는 구상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백신 허브와 관련, 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국내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백신을 국내에서 위탁 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삼성·SK·LG그룹의 국내 반도체·배터리 사업 주요 경영진들이 이번 회담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해당 기업들의 대미 투자 등 한·미 간 경제협력 성과도 주목받는다.
아울러 한국이 그간 중국 눈치를 보며 참여에 거리를 둬온 쿼드에 부분 참여하는 방안을 양국 정상이 협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