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상하이 신도시 개발 '시동'…'제2 푸둥' 신화 재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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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1-05-2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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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칭푸·자딩 등 5개 신도시 총인구 500만명 '목표'

  • LA같은 '교통지옥' 신도시 개발은 피하려면

  • 스마트車·동방의 뷰티밸리·하이테크 허브로 육성

  • '녹색도시·스펀지도시···' 살기좋은 신도시 만들기

[그래픽=아주경제]

중국 상하이 시내 중심에서 서쪽으로 차로 약 1시간 거리의 교외에 위치한 칭푸(青浦)구. '상하이의 베니스'라 불리는 수향(水鄕), 주자자오(朱家角) 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17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물의 도시'로 이름을 떨치며 전국 각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칭푸구 구시가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볼품없는 주택가와 지저분한 공장단지가 즐비하다. 상하이시 정부가 과거 위성도시 개발 사업을 벌였지만 이곳은 여전히 관광객이 그저 하룻밤 머물다 가는 관광마을로 전락했다. 실제 상하이 주민들은 이곳에서 살기를 꺼린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열악한 교통 인프라다. 싱가포르만 한 면적의 칭푸구에 지하철역은 고작 10여곳에 불과하다. 상하이 도심까지 출퇴근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칭푸·자딩 등 5개 신도시 총인구 500만명 '목표' 

그런데 최근 상하이시는 향후 5년간 이곳 칭푸를 비롯해 자딩(嘉定), 쑹장(松江), 펑셴(奉賢), 난후이(南匯) 등 외곽의 5개 지역을 신도시로 대대적으로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이들 외곽 지역이 상하이시에 밀집된 인구를 단순히 흡수하는 역할만 담당하는 '베드타운' 기능에 머물렀던 것에서 벗어나 경제적으로 활기차고 살기 좋은 자급자족 도시로 건설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들 5개 신도시 인구는 모두 합쳐서 약 250만명. 상하이시 14차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이들 5개 도시 상주인구를 2025년까지 360만명으로 늘리고, 지역경제 규모를 1조1000억 위안(약 193조원)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이는 상하이시 전체 경제 총량의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어 2035년까지 각 신도시마다 인구를 100만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LA 같은 '교통지옥' 신도시 개발은 피하려면

하지만 실제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들 상하이시 교외 지역은 광활한 농지와 공장 부지가 대부분이다. 교통, 의료, 교육 등 방면의 공공 인프라도 미흡하다. 자칫 잘못 개발했다간 오히려 상하이 출퇴근족들의 '교통지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7년 전 은퇴 후 상하이 북서부 외곽의 자딩 지역에 아파트 2채를 매입해 자리를 잡은 왕옌은 블룸버그를 통해 "전반적으로 살기에 만족한다"면서도 다만 지하철역이 집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게 가장 큰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신도시 개발의 가장 큰 부작용 중 하나가 '교통대란'이다. 상하이시 정부 도시개발 자문을 맡고 있는 우장 상하이 퉁지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블룸버그를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신도시 개발에서 교훈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LA 신도시는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개발돼 대중교통 환경이 열악하다"며 "상하이는 LA의 신도시 개발 전철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상하이시 정부도 신도시 개발 사업에서 대중교통 인프라 확충에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상하이 도심과 촘촘하게 교통망을 연결할 뿐만 아니라, 인근 장쑤성 쑤저우나 저장성 항저우 같은 창장삼각주의 다른 도시와 철도·고속도로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창장삼각주는 중국 전체 지역총생산액(GDP)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가장 발달한 경제권 중 하나다. 이를 통해 신도시가 상하이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자급자족 기능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스마트車·동방의 뷰티밸리·하이테크 허브로 육성

교통 인프라뿐만이 아니다. 도시의 자급자족을 위해선 자체적인 산업 발전도 중요하다.  천제 상하이교통대 주택도시건설 연구센터 주임은 중국 제일재경일보를 통해 "무엇보다 산업 발전을 통해 인구를 흡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경쟁력 있는 산업이나 공공인프라는 모두 상하이 도심에 집중돼 있고, 교외 지역은 단순히 비싼 집값을 피해 교외로 이주하려는 주민들을 흡입하는 데 그쳤다. 일자리가 여전히 도심에 집중돼 있어서 외곽 지역은 베드타운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상하이시 정부는 이를 위해 5개 신도시에 각각 산업 기능을 부여했다. 자딩의 경우,  '국제 자동차 스마트도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자딩은 중국 최초로 국제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원(F1)을 개최한 곳이자, 중국 최초 자율주행차 테스트 허가를 획득하기도 했다. 상하이-폭스바겐 전기차 전용플랫폼(MEB) 공장도 위치해 있어 자동차 산업체인도 완비하고 있다.

주다젠 상하이 퉁지대 지속가능발전 연구소장은  "기존의 자동차 산업에 스마트교통과 자동차서비스업 발전을 초점으로 삼아 1000억 위안급 규모의 자동차 산업클러스터가 육성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칭푸는 디지털 경제벨트 도시로 조성된다. 상하이~충칭을 잇는 G50 고속도로에 위치한 칭푸는 동쪽으로는 상하이 창장(長江)과학기술단지와 연결돼 있고, 서쪽으로 창장삼각주 주요 도시와 이어진다는 지리적 이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도 지난해 상하이시 정부와 협약을 체결해 칭푸 서쪽 지역에 신규 연구개발(R&D)센터도 구축하기로 했다. 

상하이 남서쪽에 위치한 쑹장은 하이테크 혁신 중심으로 구축된다. 상하이와 항저우를 잇는 G60 고속도로에는 하이테크 창업기업이 즐비한데,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 제조, 전자통신, 미디어 등 혁신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난후이는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린강신구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테슬라 전기차 공장이 인근에 위치한 만큼, 인공지능(AI), 우주항공, 반도체, 바이오제약 등 하이테크 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펑셴은 화장품 등을 중심으로 '동방의 뷰티밸리'로 조성하기로 했다. 

상하이시는 신도시 지역 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 상하이 도심에 위치한 대형 국유기업 본사도 각 신도시에 이주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녹색 도시·스펀지 도시···' 살기 좋은 신도시 만들기

아울러 신도시 개발을 위해 교육, 의료, 문화 등 공공시설 인프라 방면에서도 보완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상하이 사회과학원의 리젠 선임연구원은 "교육, 의료 등 공공서비스가 상하이 도심에 고도로 집중돼 있다"며 신도시 개발을 위해 이 같은 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도시로 개발 중인 상하이 자딩의 강변 개발사업 조감도. [사진=상하이시정부]


실제로 각 신도시마다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자딩의 경우, 2025년까지 주민 1인당 녹지면적을 11.5㎡로 확대하는 등 '녹색 도시' 건설을 추진 중이다. 호주 유명 건축사무소인 하셀 스튜디오와 자딩 강변을 어떻게 아름답게 개발할지 아이디어를 논의하기도 했다.

난후이는 '홍수 없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스펀지 도시’는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을 수 있는 도시’다. 도시에 물을 저장해 홍수를 막는 방식이다. 

'교육열'이 높은 중국인을 위해 명문 초·중·고교 유치에도 힘쓰고 있다.  예를 들면, 자딩은 상하이교통대 부속고등학교 분교, 화둥사범대 제2중학교를 이미 유치한 데 이어, 올해 상하이사범대 제5부속학교 등 5개 명문 학교를 건설할 계획이다. 

◆제2의 푸둥 개발 신화 재현할 수 있을까

신도시 개발 사업은 상하이시에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특히 이는 내수 확대로 경제 성장을 주도하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쌍순환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특히 미국과의 갈등 심화로 신도시 개발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사실 상하이는 과거 신도시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경험도 있다. 오늘날 상하이시 경제 주축이 된 푸둥신구 개발이 대표적이다. 1990년까지만 해도 황량한 불모지였던 이곳은 오늘날 인구 50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중국 금융·비즈니스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HSBC, 씨티그룹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모두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하지만 제2의 푸둥신구 신화가 이번 상하이 신도시 개발에서 재현될지는 불확실하다.  리젠 선임연구원은 "푸둥신구 개발은 어느 정도 글로벌화 추세 속에서 외국 자본과 기술의 유입으로 가능했다"며 하지만 오늘날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화 바람을 상실했다고 표현했다.
 

상하이 푸둥신구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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