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대학은 시작일 뿐"…중국, 경영스쿨 설립 붐에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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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1-05-1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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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국 "대학·학원 명칭 멋대로 쓰지마"

  • 마윈 후판대학 첫 타깃, 때리기 지속

  • 텐센트·샤오미 등도 제재 대상될 듯

  • 재계 엘리트주의·패거리문화에 경종

중국 내 유명 경영 스쿨인 후판대학(윗줄 왼쪽부터), 가오산대학, 훈둔대학 로고. 아래는 마화텅 텐센트 창업주(첫줄 왼쪽 아홉째)와 칭텅대학 수강생들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바이두 ]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이 설립한 후판(湖畔)대학이 갑작스레 명칭을 변경한 건 중국 당국의 압박 때문이었다.

텐센트와 샤오미 등 다른 기업이 설립·투자한 교육기관도 비슷한 처지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 확산하는 엘리트주의와 패거리 문화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 등 8개 부처는 전날 공동으로 '대학·학원 명칭 등록 사용 규범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의견은 "최근 일부 기업 내에 설립된 교육기구와 사회조직이 비준 절차 없이 '대학'이나 '학원' 명칭을 멋대로 사용하며 대외 선전을 하고 학생을 모집해 사회적 오해를 초래하고 교육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설립 인가를 받은 법인만 해당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의견은 "기업이 설립해 허가·등록이 필요 없는 내부 교육기구가 '대학', '학원'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데 대해 유관 부문은 지도·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6개월 내에 시정해야 하며, 이행하지 않으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고 엄포를 놨다.

이번 발표는 지난 17일 후판대학 캠퍼스 내 큰 바위에 새겨진 학교 명칭이 지워지는 영상이 공개된 직후 이뤄졌다.

해당 영상에서 한 인부는 기계를 사용해 바위를 가는 식으로 학교명을 지웠다.

교육부 등이 발표한 규제안은 지난 14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후판대학이 첫 타깃이 된 모양새다. 후판대학은 후판창업연구센터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에 대해 지난해부터 지속 중인 마윈과 알리바바 때리기의 일환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2015년 설립된 후판대학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영 스쿨로 많은 유명 기업인을 배출했다. 마윈도 직접 초대 총장을 맡을 정도로 애착을 보여 왔다.

후판대학은 명칭 변경에 앞서 신입생 등록과 수업도 중단된 상태였다.

일각에서는 후판대학을 시작으로 다른 기업들이 설립·투자한 교육기관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

텐센트가 칭화대 등과 협력해 설립한 칭텅(靑騰)대학과 샤오미가 거액을 투자한 가오산(高山)대학이 대표적이다.

중국 최초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쿠류왕(酷6網) 창업자인 리산유가 2014년 설립한 훈둔(混沌)대학 등도 있다.

중국 증시 대장주인 구이저우마오타이가 출자한 마오타이학원과 홍콩 리카싱 재단이 설립한 장강상학원(CKGSB) 등의 경우 국무원 비준을 받은 법인이라 규제 칼날을 피할 수도 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마윈과 같은 기업인들이 사설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관행에 철퇴가 가해진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과 당국이 기업인 간의 엘리트주의나 패거리 문화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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