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최신형 정치부장·정리=황재희 기자] “김대중(DJ) 전 대통령 이후 시대정신을 제대로 갖춘 리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적·철학적·인문학적 연구자인 철학자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한국 정치는 ‘신뢰의 부재’ 상황에 있다고 진단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약 9개월 앞으로 다가왔으나, 정치권에 거는 기대가 없다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최 교수는 지난 11일 서울 청담동 본인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치는 말로 하는 통치다. 말이란 신뢰를 뜻한다”며 “고로 정치의 기본은 말의 신뢰이지만, 지금 한국 정치에서는 이것이 부재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의 편협한 정치와 이른바 ‘손절’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정치로 한 단계 도약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 교수는 “지금 거론되고 있는 대선주자 중 시대정신을 말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그러니 자신의 어떤 식견이 준비돼 있는지, 그것에 대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등 이런 것이 하나도 밝혀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지도자도 유권자도 정치가 진영에 갇혀 있다”며 “정치지도자가 가져야 하는 것은 ‘시대정신을 잡았느냐, 잡지 않았느냐’, ‘시대정신에 대한 인식이 정확하냐, 정확하지 않으냐’, ‘정확하게 포착된 시대정신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느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 과거에서부터 맹목적으로 네 편, 내 편 따져서 정치지도자를 뽑는 행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누구는 ‘사회 양극화’를, 누구는 ‘공정성 해소’를, 누구는 ‘혁신경제’를 시대정신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것들은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다양한 기능 중 하나다. 이를 시대정신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시대정신은 대한민국이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이라며 “중진국의 삶을 선진국의 삶으로, 추격국가의 삶을 선도국가의 삶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제는 건너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 지도자, 과거에 얽매여 미래 향한 혁신 못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었다. 실물금융 복합 위기 속에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어떠한 가치나 철학이 필요한가.
“모든 시대‧사건에는 그것 자체가 갖고 있는 맥락이 있고 그다음에는 개별적인 특수한 상황이 있다. 사회가 혁신을 지속해야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되는데, 혁신이 항상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기술적으로는 혁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과거에 익숙해 이 준비된 혁신을 과감하게 하지 못한다. 이것을 과감하게 해주는 강제적인 힘이 두 가지인데, 그것은 전쟁이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다. 우리는 이것을 극복하면서 이미 준비된 기술들이지만 삶에 적용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적응해야 한다. 이것이 팬데믹이 주는 문명적 의미라고 생각하며, 이를 이용해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팬데믹을 극복하는 모든 행위들이 우리가 갇혀있는 중진국의 환경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것이다.”
-혁신하지 못하는 여러 이유가 있다. 제도의 문제라고 치부하면 자칫 ‘제도 만능주의’에 빠질 수 있다. 사람의 문제라고 단정하면 제도 개선은 요원하다. 묘수가 있을까.
“넓게 보면 사람‧제도 문제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혁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 지도자의 식견과 태도 때문이라고 본다. 보수‧진보 관계없이 모든 정치 지도자가 그렇다. 우리나라는 국가를 운영하는 데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책임감도 갖게 된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지식생산국이 아니라 지식수입국이라는 것이다. 삶의 전략을 우리가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수입해서 쓰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질문에 익숙하지 않고 대답에 익숙하다. 대답이란 이미 있는 이론과 지식을 그대로 먹어서 다시 뱉어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더 많이, 빨리, 원래 모습 그대로 뱉어내느냐’하는 습성이 형성된다. 그런데 원래 모습은 시제로 하면 당연히 과거다. 대답에 익숙한 인재들은 과거지향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언급되는 중요한 쟁점들은 전부 다 과거의 문제다.”
-과거에만 매몰되면서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우리는 과거를 끝까지 어루만져야 진실한 삶을 살도록 하는 느낌이 들도록 훈련되어 있다. 그래서 혁신을 하기에 상당히 곤혹스럽다. 그러니까 정치권력도 계속 몇십 년 동안 과거만 따지고 있다. 과거를 따져야 스스로 진실한 삶을 사는 것 같고, 제3자가 보기에도 매우 잘사는 것 같으니 온 나라가 과거만 어루만지고 있다. 그러면 이런 것에 대한 식견이 있는 리더가 나타나 미래를 향해 끌고 나가야 하는데, 오히려 과거지향적인 영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를 이용해 자기 정치권력에 사용한다. 그래서 우리는 미래혁신이 더 어려워졌다.”
-과거를 청산한다고 해서 미래로 나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청산 없이 미래로 갈 수 있을까. 과거 청산이 없었다면, 프랑스 혁명이 도래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있는데.
“과거의 청산 없이 미래로 갈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과거만 청산하고 미래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를 청산함에 있어서 우리는 흔히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는데, 그때 역사는 과거‧현재‧미래를 합친 역사다. 그런데 사람들은 과거 자체로만 생각을 하고, 하나의 진영으로 청산하기가 쉽다. 과거를 청산할 때는 무엇을 갖고 청산할 것인지 현대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 지금은 다양한 시각이 있다. 과거는 미래의 성숙한 발전으로 해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복합적이다.”
과학적·철학적·인문학적 연구자인 철학자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한국 정치는 ‘신뢰의 부재’ 상황에 있다고 진단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약 9개월 앞으로 다가왔으나, 정치권에 거는 기대가 없다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최 교수는 지난 11일 서울 청담동 본인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치는 말로 하는 통치다. 말이란 신뢰를 뜻한다”며 “고로 정치의 기본은 말의 신뢰이지만, 지금 한국 정치에서는 이것이 부재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의 편협한 정치와 이른바 ‘손절’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정치로 한 단계 도약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지도자도 유권자도 정치가 진영에 갇혀 있다”며 “정치지도자가 가져야 하는 것은 ‘시대정신을 잡았느냐, 잡지 않았느냐’, ‘시대정신에 대한 인식이 정확하냐, 정확하지 않으냐’, ‘정확하게 포착된 시대정신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느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 과거에서부터 맹목적으로 네 편, 내 편 따져서 정치지도자를 뽑는 행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누구는 ‘사회 양극화’를, 누구는 ‘공정성 해소’를, 누구는 ‘혁신경제’를 시대정신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것들은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다양한 기능 중 하나다. 이를 시대정신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시대정신은 대한민국이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이라며 “중진국의 삶을 선진국의 삶으로, 추격국가의 삶을 선도국가의 삶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제는 건너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 지도자, 과거에 얽매여 미래 향한 혁신 못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었다. 실물금융 복합 위기 속에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어떠한 가치나 철학이 필요한가.
“모든 시대‧사건에는 그것 자체가 갖고 있는 맥락이 있고 그다음에는 개별적인 특수한 상황이 있다. 사회가 혁신을 지속해야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되는데, 혁신이 항상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기술적으로는 혁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과거에 익숙해 이 준비된 혁신을 과감하게 하지 못한다. 이것을 과감하게 해주는 강제적인 힘이 두 가지인데, 그것은 전쟁이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다. 우리는 이것을 극복하면서 이미 준비된 기술들이지만 삶에 적용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적응해야 한다. 이것이 팬데믹이 주는 문명적 의미라고 생각하며, 이를 이용해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팬데믹을 극복하는 모든 행위들이 우리가 갇혀있는 중진국의 환경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것이다.”
-혁신하지 못하는 여러 이유가 있다. 제도의 문제라고 치부하면 자칫 ‘제도 만능주의’에 빠질 수 있다. 사람의 문제라고 단정하면 제도 개선은 요원하다. 묘수가 있을까.
“넓게 보면 사람‧제도 문제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혁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 지도자의 식견과 태도 때문이라고 본다. 보수‧진보 관계없이 모든 정치 지도자가 그렇다. 우리나라는 국가를 운영하는 데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책임감도 갖게 된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지식생산국이 아니라 지식수입국이라는 것이다. 삶의 전략을 우리가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수입해서 쓰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질문에 익숙하지 않고 대답에 익숙하다. 대답이란 이미 있는 이론과 지식을 그대로 먹어서 다시 뱉어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더 많이, 빨리, 원래 모습 그대로 뱉어내느냐’하는 습성이 형성된다. 그런데 원래 모습은 시제로 하면 당연히 과거다. 대답에 익숙한 인재들은 과거지향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언급되는 중요한 쟁점들은 전부 다 과거의 문제다.”
-과거에만 매몰되면서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우리는 과거를 끝까지 어루만져야 진실한 삶을 살도록 하는 느낌이 들도록 훈련되어 있다. 그래서 혁신을 하기에 상당히 곤혹스럽다. 그러니까 정치권력도 계속 몇십 년 동안 과거만 따지고 있다. 과거를 따져야 스스로 진실한 삶을 사는 것 같고, 제3자가 보기에도 매우 잘사는 것 같으니 온 나라가 과거만 어루만지고 있다. 그러면 이런 것에 대한 식견이 있는 리더가 나타나 미래를 향해 끌고 나가야 하는데, 오히려 과거지향적인 영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를 이용해 자기 정치권력에 사용한다. 그래서 우리는 미래혁신이 더 어려워졌다.”
-과거를 청산한다고 해서 미래로 나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청산 없이 미래로 갈 수 있을까. 과거 청산이 없었다면, 프랑스 혁명이 도래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있는데.
“과거의 청산 없이 미래로 갈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과거만 청산하고 미래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를 청산함에 있어서 우리는 흔히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는데, 그때 역사는 과거‧현재‧미래를 합친 역사다. 그런데 사람들은 과거 자체로만 생각을 하고, 하나의 진영으로 청산하기가 쉽다. 과거를 청산할 때는 무엇을 갖고 청산할 것인지 현대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 지금은 다양한 시각이 있다. 과거는 미래의 성숙한 발전으로 해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복합적이다.”
◆DJ 이후 리더십은 ‘진영 리더십’
-한국의 대전환기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 선출이 내년 3월 9일에 열린다. 여러 인물들이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시대정신을 갖춘 사람이 보이나.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 유권자들은 앞으로 지도자를 뽑을 때 좀 더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치가 진영에 갇혀 있다. 지도자도,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생각이 끊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독립적으로 사고 하는 능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자 뽑을 때 ‘우리 진영인가 아닌가’만 따진다. 식견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역대 대선, 그러니까 민주화 시기 이후부터 시대정신을 잘 설파하고 충실히 했던 사람이 있나.
“우리나라는 인류 역사에서 유례없이 빠른 시간 안에 높은 발전을 이뤘다. 한 나라가 발전한다는 것은 사회‧경제적 요건을 충족했다는 것이다. 해방 후에는 제대로 나라를 건국하는 것이 시대정신이었고, 이후에는 먹고사는 ‘산업화’가 시대정신이었다. 그 당시에는 이것들을 완수하고 구현했는데, 언제까지 됐느냐고 본다면 나는 김대중 대통령까지 됐다고 본다. 그 이후에는 리더십이 없었다. 대개는 편협된 역사관과 정의감으로 물든 진영의 리더십을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갈등 지향적인 리더십, 역사도 선과 악으로 나눠 갈등으로 권력을 계속 유지하지 않았나.”
◆나는 원래 文지지자…지금은 다른 곳에 있는 사람 같아
-최근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간담회가 있었다. 지난 4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문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니 다른 곳에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현실에 대한 인식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는 듯 보였다. 나는 원래 문 대통령의 지지자였으나, 문 대통령이 취임 3개월째, 현실과 유리된 통치를 할 가능성이 크겠다고 확신했다. 그것이 뭐냐 하면 바로 거짓말이다. 누가 요구한 것도 아닌데 본인이 직접 5가지 기준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장관으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인사 5원칙’을 제시했다. 그런데 첫 인사에서부터 어긋났다. 너무나도 짧은 기간에 확실한 거짓말을 했다. 정치인의 말은 신뢰이며, 정치의 기본이다. 금융시스템과 교육‧법률시스템, 도시시스템 등 모든 시스템을 지탱하는 것은 신뢰다. 신뢰가 약해지거나 무너지면 시스템이 작동할 수 없다. 또 거짓말을 계속하다 보면 염치를 모르게 되고 수치심이 사라진다. 그러면 반성능력이 없어지고 자기 확신만 커져서 계속 잘못된 길로 가게 된다.”
-문 대통령의 통치 리더십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제시했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는 사람이며, 대한민국의 군 통수권자다. 군 통수권은 대한민국을 위해 싸운 사람과 대한민국과 싸우는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 나는 문 대통령이 이 두 가지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도자는 ‘식견’, 국가가 가져야 할 어젠다는 ‘부국강병’
-지금 이 시기에 정치 지도자가 가져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
“지도자는 일단 식견이 높고 깊어야 한다. 식견이 없는 지도자는 자기 판단 능력이 없다. 그러니까 '민족과 국가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가, 지금이 민족 중심인가 국가 중심인가' 하는 것도 하나의 식견이다. 자신이 민족이 아니라 군 통수권자라는 것을 아는 것도 식견이다. 우리나라가 문명사 속에서 어떻게 건너왔으니, 어디로 건너갈 것인지 시대의 급소를 잡아야 한다. 식견이 없으면 자기가 속했던 진영의 논리를 대변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도자는 권력을 잡은 뒤에는 바로 국가경영자로 변신해야 한다. 국가경영자로 변신해야 자기에게 표를 주지 않았던 사람도 자기 통치영역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그래야 협치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식견이 없으면 자기가 국가권력을 잡고 나서도 진영의 대표자라고 생각을 하면서 국가를 운영하게 된다.”
-국가경영자의 리더십은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말하는 것인가.
“국가가 가져야 할 어젠다는 부국강병이다. 진영의 대변자로 존재하면, 통치를 국민의 반하고만 가게 된다. 그러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부국강병으로부터 멀어진다. 국가경영자로 변신하면 다른 반편까지 자기 통치 영역으로 들어온다. 그러면 국가 효율성이 커지니 부국강병할 수 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가 통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우리가 선도국가가 되려면 리더십도 기능적 리더십보다 인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런데 인격적 리더십 중 가장 흠결이 되는 것이 거짓말과 포퓰리즘, 사유의 높이다. 지도자 자신이 수준 높은 시선으로 비전을 발견한 뒤 국민들을 이끌고 가야 하는데, 본인이 독립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기능적인 역할만 하게 된다. 지금의 지도자들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고,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고 하는 것이 매우 약하다. 포퓰리즘은 방향이 없다. 그냥 유권자를 돈으로 매수하는 것이다. 지도자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이지, 나라를 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물론 대통령이 돼 나라를 구하겠다고 얘기한다. 종이 한 장 차이지만 나라를 구하기 위해 대통령이 돼야겠다고 하는 것이 맞는다.”
-한국의 대전환기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 선출이 내년 3월 9일에 열린다. 여러 인물들이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시대정신을 갖춘 사람이 보이나.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 유권자들은 앞으로 지도자를 뽑을 때 좀 더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치가 진영에 갇혀 있다. 지도자도,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생각이 끊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독립적으로 사고 하는 능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자 뽑을 때 ‘우리 진영인가 아닌가’만 따진다. 식견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역대 대선, 그러니까 민주화 시기 이후부터 시대정신을 잘 설파하고 충실히 했던 사람이 있나.
“우리나라는 인류 역사에서 유례없이 빠른 시간 안에 높은 발전을 이뤘다. 한 나라가 발전한다는 것은 사회‧경제적 요건을 충족했다는 것이다. 해방 후에는 제대로 나라를 건국하는 것이 시대정신이었고, 이후에는 먹고사는 ‘산업화’가 시대정신이었다. 그 당시에는 이것들을 완수하고 구현했는데, 언제까지 됐느냐고 본다면 나는 김대중 대통령까지 됐다고 본다. 그 이후에는 리더십이 없었다. 대개는 편협된 역사관과 정의감으로 물든 진영의 리더십을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갈등 지향적인 리더십, 역사도 선과 악으로 나눠 갈등으로 권력을 계속 유지하지 않았나.”
◆나는 원래 文지지자…지금은 다른 곳에 있는 사람 같아
-최근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간담회가 있었다. 지난 4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문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니 다른 곳에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현실에 대한 인식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는 듯 보였다. 나는 원래 문 대통령의 지지자였으나, 문 대통령이 취임 3개월째, 현실과 유리된 통치를 할 가능성이 크겠다고 확신했다. 그것이 뭐냐 하면 바로 거짓말이다. 누가 요구한 것도 아닌데 본인이 직접 5가지 기준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장관으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인사 5원칙’을 제시했다. 그런데 첫 인사에서부터 어긋났다. 너무나도 짧은 기간에 확실한 거짓말을 했다. 정치인의 말은 신뢰이며, 정치의 기본이다. 금융시스템과 교육‧법률시스템, 도시시스템 등 모든 시스템을 지탱하는 것은 신뢰다. 신뢰가 약해지거나 무너지면 시스템이 작동할 수 없다. 또 거짓말을 계속하다 보면 염치를 모르게 되고 수치심이 사라진다. 그러면 반성능력이 없어지고 자기 확신만 커져서 계속 잘못된 길로 가게 된다.”
-문 대통령의 통치 리더십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제시했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는 사람이며, 대한민국의 군 통수권자다. 군 통수권은 대한민국을 위해 싸운 사람과 대한민국과 싸우는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 나는 문 대통령이 이 두 가지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도자는 ‘식견’, 국가가 가져야 할 어젠다는 ‘부국강병’
-지금 이 시기에 정치 지도자가 가져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
“지도자는 일단 식견이 높고 깊어야 한다. 식견이 없는 지도자는 자기 판단 능력이 없다. 그러니까 '민족과 국가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가, 지금이 민족 중심인가 국가 중심인가' 하는 것도 하나의 식견이다. 자신이 민족이 아니라 군 통수권자라는 것을 아는 것도 식견이다. 우리나라가 문명사 속에서 어떻게 건너왔으니, 어디로 건너갈 것인지 시대의 급소를 잡아야 한다. 식견이 없으면 자기가 속했던 진영의 논리를 대변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도자는 권력을 잡은 뒤에는 바로 국가경영자로 변신해야 한다. 국가경영자로 변신해야 자기에게 표를 주지 않았던 사람도 자기 통치영역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그래야 협치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식견이 없으면 자기가 국가권력을 잡고 나서도 진영의 대표자라고 생각을 하면서 국가를 운영하게 된다.”
-국가경영자의 리더십은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말하는 것인가.
“국가가 가져야 할 어젠다는 부국강병이다. 진영의 대변자로 존재하면, 통치를 국민의 반하고만 가게 된다. 그러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부국강병으로부터 멀어진다. 국가경영자로 변신하면 다른 반편까지 자기 통치 영역으로 들어온다. 그러면 국가 효율성이 커지니 부국강병할 수 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가 통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우리가 선도국가가 되려면 리더십도 기능적 리더십보다 인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런데 인격적 리더십 중 가장 흠결이 되는 것이 거짓말과 포퓰리즘, 사유의 높이다. 지도자 자신이 수준 높은 시선으로 비전을 발견한 뒤 국민들을 이끌고 가야 하는데, 본인이 독립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기능적인 역할만 하게 된다. 지금의 지도자들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고,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고 하는 것이 매우 약하다. 포퓰리즘은 방향이 없다. 그냥 유권자를 돈으로 매수하는 것이다. 지도자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이지, 나라를 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물론 대통령이 돼 나라를 구하겠다고 얘기한다. 종이 한 장 차이지만 나라를 구하기 위해 대통령이 돼야겠다고 하는 것이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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