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비상] 산업구도, 범용→주문형…세계 각국, 치열한 가치사슬 확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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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1-05-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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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들을 백악관에 모은 뒤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이것은 인프라다”라며 “우리는 어제의 인프라를 수리하는 게 아니라 오늘의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를 인프라로 규정함으로써 생산시설 등 반도체 가치사슬을 미국 내에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분석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범용 중심이었던 반도체 산업은 최근 주문형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를 강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과 그에 대한 실행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파운드리 사업 전망도 밝다. 삼성전자는 17일 공개한 분기보고서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은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의 5G 보급 확산, 인공지능(AI) 가속화, 전장 모빌리티 혁신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의 수요 증가로 견고한 성장이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난감한 상황이다. 심화하는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에 미국 정부는 자국 내 생산시설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텍사스주를 덮친 대규모 정전으로 인한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셈법이 복잡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장 가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용수와 전력 공급이 핵심인 만큼 삼성전자가 생산능력 확대를 놓고 다각적인 검토를 재차 거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가치사슬 구축 의지를 다양한 루트로 드러내고 있어 이 검토의 범위가 미국을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백악관에서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한국 정부도 지난 13일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에서 ‘K-반도체 전략 보고대회’를 개최하고 2030년까지 누적 투자 규모를 510조원까지 늘리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정부는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인력·용수·전기 등 인프라 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눈에 띄는 점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이 2025년까지 2400억원을 투자해 경기 화성에 EUV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ASML의 기존 계획을 구체화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분석하지만 최첨단 반도체 생산 기술에 핵심인 EUV 관련 클러스터가 국내에 구축된다는 점은 가치사슬 확보 측면에서 반길 만한 일이라고 본다.

중국 역시 ‘제조 2025’ 전략을 통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차, 로봇, 해양플랜트 등 10개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라갈 때까지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가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 전략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가운데 산업계는 파운드리 역량 강화가 국가 협상력 강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가치사슬 확보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이 가치사슬을 지켜내고 반도체 강국의 면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생산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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